낡고 허름한 겉모습 탓에 애물단지 취급을 받아온 부산 영도 물양장 일대 창고를 근대 역사 문화 자산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과거 부산 5대 상권이었던 물양장의 영광 재현에 기여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부산 영도구는 봉래동 물양장 창고를 활용하는 교육 프로그램인 ‘대통전수방 공간 대학’을 연다고 28일 밝혔다. ‘공간 대학’은 물양장의 오래된 창고들을 보전하며 현대적 관점에서 활용하는 방안을 배우고 고민하는 자리다.

　지난 25일 개강해 11월까지 매월 5차례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국내외의 우수한 창고 활용 현장을 방문하고 기획자들과 미팅하는 과정이 마련된다.

　일대 14개 창고의 주인과 임차인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에는 현재 8명이 참여 의사 밝혔다. ‘공간 대학’의 첫 방문지는 동구 초량동의 카페 ‘브라운핸즈백제’다. 이곳은 부산 최초의 근대식 개인종합병원인 ‘초량백제병원’을 그대로 유지한 채 리모델링해 ‘오래될수록 가치 있는 건물’의 표본을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밖에도 경남 남해 돌창고 프로젝트를 보며 낡은 창고에서 펼쳐지는 현대적 전시와 행사가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를 배우고, 서울·일본 등 국내외 답사도 다채롭게 진행된다.

　물양장 창고는 ‘공간 대학’에서 방문할 장소 이상의 활용 가치를 가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부분 일제강점기 때 세워져 긴 역사를 간직한 근대 문화유산인 탓이다. 영도 물양장은 육로가 발달하기 전에 부산의 주요 상권 중 하나였고, 보세 물품을 보관하던 일대 창고들은 부산 물류의 동맥과 같았다. 창고는 영도대교가 놓이고, 육로가 점차 발달하면서 쇠퇴일로를 걷다가 현재는 선박 수리·부품업 창고로 활용되고 있다.

　‘공간 대학’은 단순한 저장 수단으로 창고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오랜 생각을 바꾸는 것을 목표로 한다. 기름묻고 허름한 공간도 마음먹기에 따라 중요한 관광·도시재생자원이 될 수 있다는 인식 전환을 기대하는 것이다. 영도구는 이번을 기회로 창고 외벽에 파사드를 설치하거나 빈 주차장에서 프리마켓을 벌이는 등의 도시재생사업 ‘대통전수방’ 계획도 창고주들과 협의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물양장 창고가 가진 건축적·역사적 가치에 주목한다. 부산건축가회 신호국 회장은 “보전 계획 없이 무작정 창고를 고쳐 써 온 탓에 낡고 퇴색했다. 이제라도 제대로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해양대 오광석(해양공간건축학부) 교수는 “창고 구조와 기물을 유지하면서 탈바꿈해 영도만의 특색을 나타내면 공간적 활용도가 극대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장군 기자 genera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