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산·동래단층 등 450개 조사
- 원전 안전에 끼칠 영향 연구도

지난해 9월 발생한 경주 지진의 발생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못했다. 비슷한 강진이 또 발생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학계 의견이 분분하다. 국내에서 아직 지진의 근거인 활성단층에 관한 체계적인 연구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이런 가운데 부산의 연구진이 1000억 원대 예산을 받아 2041년까지 ‘활성단층이 반영된 국가 지진위험 지도’를 제작한다. 경주 지진의 원인으로 지목된 동남권 단층 연구결과는 2021년께 나올 전망이다.

부경대 김영석(지구환경과학과) 교수팀은 ‘한반도 단층구조선의 조사 및 평가기술 개발’ 주관 연구기관으로 선정돼 17일 오후 국민안전처에서 연구 착수보고회를 열었다.

김 교수팀은 1175억 원의 예산으로 2041년까지 5차로 나눠 국내 450여 개의 단층을 조사해 활성단층 지도를 그리게 된다. 부산대 손문(지질환경과학과) 교수팀도 한국지질자원연구원과 더불어 공동 연구기관으로 선정됐다.

김 교수팀은 1차 연구기간인 2021년까지 활성단층 조사·평가 기술을 표준화하는 작업부터 할 계획이다. 항공촬영·굴착조사·물리탐사 기법을 동원해 활성단층의 구조와 연대를 분석하는 기술도 개발한다. 1차 기간에 경주 지진 발생에 영향을 끼친 양산·울산·일광·동래단층을 정밀 조사하고 2~5차에는 경북과 충청·수도권 단층을 조사해 활성단층 분포와 움직임 가능성을 지도로 작성해 전 국민에게 공포한다. 일본과 미국의 경우 1980년대부터 활성단층 연구가 이뤄져 대중에게 무료로 공개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활성단층의 정확한 정의조차 내리지 못한 실정이다.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의 기준(3만5000년 이내 1회 등)을 활성단층으로 간주하고 있다. 앞서 국민안전처(당시 소방방재청)는 2009~2012년까지 활성단층지도 작성 연구를 벌였으나 객관성 결여라는 지적 속에 결과를 공표하지 못했다. 조사가 세밀하게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정부는 김 교수팀의 연구가 끝나면 ▷활성단층 주변의 시설물 설치 제한 ▷지역별 내진설계 기준 강화에 관한 내용을 법제화할 예정이다. 활성단층이 움직이는 예측치에 따라 원자력발전소의 내진 설계도 재평가되는 것은 물론 노후 원자로의 조기 폐로에도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형 활성단층 기준과 평가 기술이 개발돼 단층연구에 선진국 수준의 기술력도 확보할 수 있다. 김 교수는 “경주와 울산의 단층을 정밀하게 분석해 동남권 지진이 원전의 안전성에 미치는 영향을 구체적으로 알아볼 것”이라며 “전체 활성단층 지도는 25년 뒤 만들어지겠지만 1차 연구가 끝나는 2021년에 동남권 활성단층에 관한 위험성을 먼저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화영 기자 hongda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