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별검사가 3일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작성·관리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기춘(78)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부장관에게 각각 징역7년과 징역6년을 구형했다.

특검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30부(황병헌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피고인들은 역사의 수레바퀴를 되돌려 놓았다"고 강하게 비판하면서 중형을 구형했다. 특검은 함께 기소된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에게는 징역6년을 구형했다.

특검은 "피고인들이 국가와 국민에게 끼친 해악이 너무나 중대하다. 참모로서 대통령의 잘못을 바로잡지 못하고 오히려 동조해 잘못을 지적하는 사람들을 내치고 국민 입을 막는 데 앞장섰다. 네 편 내 편으로 나라를 분열시키려 했다"고 질타했다. 특검은 "문화예술인의 생계와 직결되는 생계형 보조금까지 모든 보조금을 무조건 배제했고 그 규모는 1만 명 남짓"이라며 "합법적 절차를 모두 생략하고 이유를 철저히 함구해 이의제기를 사전에 봉쇄하는 치밀함을 보였다"고 부연했다.

김 전 실장과 조 전 장관은 블랙리스트 명단을 작성·관리하며 정부와 견해를 달리하는 문화예술인이나 단체에 국고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도록 강요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강요)로 기소됐다. 김 전 실장과 조 전 장관은 국회에서 블랙리스트에 관해 모른다면서 거짓 증언을 한 혐의(국회에서의 증언·감정에 관한 법률 위반)로도 재판을 받았다.

특검은 또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에게도 각각 징역5년을 구형했다. 블랙리스트 사건 피고인들의 1심 선고공판은 오는 27일 열린다.

송진영 기자 roll66@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