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 30년 유족 슬픔 다독여
1987년 6월 민주항쟁 당시 숨진 부산 출신 황보영국·이태춘(본지 지난 1일 자 1·2면 보도) 열사를 재조명하는 정부 차원의 움직임이 시작됐다. 지금까지 박종철·이한열 열사에 비해 저평가됐던 두 열사의 가족은 지난 10일 '6·10 항쟁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 옆에 앉아 관심을 받았다. 이날 기념식에서 이태춘 열사의 모친·누나와 황보영국 열사의 부친·형은 이한열·박종철 열사 유족과 함께 문 대통령 부부와 동석했다. 민주열사를 소개하는 영상에서도 두 열사는 비중있게 다뤄졌다. 문 대통령은 기념연설에서 황보영국·이태춘 열사의 이름을 직접 불렀다. 기념식 뒤에는 두 열사 유족과 일일이 악수하며 30년 묵은 유족의 슬픔을 다독였다. 두 열사의 가족이 정부가 주최하는 6월 항쟁 기념식에 초대된 것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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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일 오전 서울광장에서 열린 '제30주년 6·10민주화항쟁 기념식'에서 참석자들이 손을 잡고 노래를 부르고 있다. 왼쪽부터 황보영국 열사의 형과 부친, 이태춘 열사의 누나와 모친, 이한열 열사 모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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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접공이던 황보영국 열사는 1987년 5월 17일 부산 서면 복개천에서 "전두환은 물러가라" "하나님, 이 나라를 불쌍히 여기소서"라고 외치며 분신해 일주일 뒤 숨졌다. 당시 부산민주시민협의회가 발행한 '민주시민 13호'를 보면, 황보 열사는 중환자실에서 의식불명 상태에서도 붕대로 칭칭감긴 손을 겨우 움직이며 "독재타도"를 외쳤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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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춘 열사의 어머니를 위로하는 문 대통령(위), 이태춘 열사의 죽음을 알린 '민주부산'. |
이태춘 열사는 같은해 6월 18일 30만 명이 운집한 시위 행렬에 참여했다가 경찰이 쏜 최루탄에 맞아 동구 좌천동 고가도로 아래로 떨어져 사망했다. 당시 경찰은 최루탄이 아닌 단순 추락사로 사건을 무마하려 했다. 이 열사의 어머니는 당시 인터뷰에서 "TV에 보도되는 과격한 학생 시위에 대해서 야단을 쳤더니 그 애는 '진짜 용기있는 사람들이 잘못된 것을 고치려고 나선 것이다. 나라를 망치려는 게 아니다'고 했다"고 전했다.
6월 항쟁을 이끈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 부산본부' 사무국장이었던 고호석(63) 씨는 "이한열과 박종철 열사만큼 존경받아 마땅한 두 열사가 지금이라도 재조명되는 것은 상당히 고무적"이라며 "부산에서도 두 열사의 정신을 계승하는 기념사업이 많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화영 기자 hongda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