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교사에 고용…급여 등 열악
- 숨지기 전 민주당에 도움 요청
- "마사회 불안한 노동환경 방치"
- 2011년에도 비슷한 사건 발생

한국마사회 렛츠런파크부산경남의 유명 마필관리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간접고용 형태의 근로자인 박 씨는 마사회에 강한 불만을 드러내는 유서를 남겼다. 숨지기 전에는 '노동조건이 개선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더불어민주당 은수미 전 의원 측에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28일 부산 강서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7일 새벽 1시5분 부산 강서구 범방동 렛츠런파크 경마장에서 박모(38) 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박 씨는 국내 1호 '말 마사지'로 유명한 마필관리사였다. 마필관리사는 어린 말들을 경주마로 길들이고 관리하는 일을 한다.

박 씨의 숙소에서는 A4용지에 적힌 유서가 발견됐다. 박 씨는 총 3줄의 유서의 첫 줄에 'X같은 마사회'라고 적었다. 경찰은 박 씨가 술에 취해 휘갈겨 쓴 유서 2, 3번째 줄 내용을 판독 중이다.

박 씨는 숨지기 약 10일 전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관심이 많았던 은 전 국회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다. 은 전 의원은 "부재중 전화가 왔길래 확인해보니 박 씨였다. 마필관리사노동조합 측과 통화하니 '박 씨가 불안정한 고용환경과 근로조건에 대해 토로했다'고 하더라"며 "즉시 민주당 을지로위원회에 사실 여부를 확인해달라고 요청했다. 박 씨가 더 기다릴 수 없을 정도로 지쳐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씨가 유서에서 마사회를 비난한 이유는 마사회가 불안정한 고용환경을 방치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마필관리사는 개인사업자인 조교사가 고용한다. 마사회는 조교사에게 면허를 교부하고 마방을 임대한다. 근로계약 역시 조교사와 마필관리사가 맺는다. 전형적인 간접고용 구조인 셈이다.

급여도 월 최저임금 수준의 기본급에 경주마 성적에 따라 성과급을 받는다. 개별 조교사 손에 마필관리사의 처우가 좌지우지되는 셈이다. 서울 경마장은 조교사협회에서 일괄적으로 고용·관리한다.

앞서 2011년 11월에도 부산경남 경마장에서 또다른 마필관리사가 불투명한 임금구조 등을 유서에 적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전례도 있다.

마필관리사노조 양정찬 부산경남지부장은 "다른 경마장은 호봉제이다. 성과급도 임단협에 명시된 기준에 따라 투명하게 이뤄지고 있다. 반면 부산은 호봉제도 아니고 성과급 지급 기준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조교사와 마사회가 성과급을 빌미로 노조 탄압을 하고 있다. 지난해 3월 250여 명이던 조합원이 현재 60명으로 줄었다"고 덧붙였다.

은 전 의원은 "마필관리자는 마사회장의 승인을 받아서 고용하게 돼 있다. 마사회가 조교사를 통해 간접고용을 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파견이다"며 "마사회의 비정규직도 문 대통령이 얘기한 '좋은 일자리'에 포함시키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렛츠런파크 측은 "마방 운영은 조교사의 권한"이라며 "박 관리사는 젊은 나이에도 팀장으로 빨리 승진했다. 임금 수준에도 크게 불만을 표시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박호걸 기자 rafae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