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동경찰, 차량 세우고 응급조치

지병 때문에 운전 도중 몸이 마비돼 브레이크를 밟을 수 없었던 40대 남성이 경찰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했다.

	지난 13일 새벽 부산 기장군의 한 국도에서 코란도 승용차 운전자가 갑자기 몸이 굳어 브레이크를 밟지 못한다고 신고하자 긴급 출동한 경찰이 구조하고 있다. 기장서 제공

지난 13일 새벽 2시55분 112에 다급한 신고전화가 왔다. 운전자는 기장군의 한 아파트 앞 국도에서 송정해수욕장 쪽으로 달리던 코란도 승용차 운전자 강모(46) 씨였다.

강 씨는 "지금 몸이 마비돼 브레이크를 밟을 수가 없어요. 주행 중인데, 구해주세요"라고 다급히 말했다. 신고를 접수한 기장경찰서는 인근 기장지구대와 일광파출소에 출동을 지시했고, 곧바로 순찰차 5대가 현장으로 향했다.

14번 국도를 타고 정관에서 송정 방면으로 달리던 강 씨의 차량은 기장경찰서 인근에서 발견됐다. 당시 시속 50㎞로 차를 몰던 강 씨는 브레이크를 밟을 수 없어 교차로에서 신호를 무시하고 달리다 다른 차량과 부딪칠 뻔한 위기상황이 연출됐다.

2009년 파킨슨병 진단을 받은 강 씨는 갑자기 오른쪽 손과 다리가 마비되면서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경찰은 순찰차로 강 씨의 차량 양쪽을 막고, 차량 뒤에서는 '기어를 중립으로 넣으라'는 방송을 내보냈다.

마침내 강 씨의 차량은 기장 현대아파트 인근 길에서 서서히 멈췄다. 강 씨는 마비된 오른팔 대신 팔꿈치로 기어를 중립으로 바꿨다.

차량 속도가 느려지자 경찰은 순찰차에서 내려 코란도 차량 뒤에 붙어있던 예비 타이어를 붙잡고 속력을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뒤이어 출동한 119대원들은 강 씨에게 응급조치를 했다. 경찰은 강 씨의 차를 대신 운전해 목적지였던 송정해수욕장까지 안전하게 데려다 줬다.

송정에서 푸드트럭을 운영하는 강 씨는 "푸드트럭 위치를 바꾸기 위해 가던 중 얼마 전 구청에서 불법 영업 단속을 당했던 일이 생각나면서 스트레스 때문인지 갑자기 근육이 굳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경찰이 차분하게 대처해줘서 사고 없이 무사할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이날 출동한 기장지구대 박정문 경위는 "아찔한 상황이었는데, 신고자가 경찰의 지시를 잘 따라줘 큰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파킨슨병은 신체 떨림과 경직, 느린 운동, 자세 불안정 등을 보이는 신경계 퇴행성 뇌 질환이다. 도로교통법상 위험과 장애를 일으킬 수 있는 정신질환 또는 뇌전증 환자는 운전면허 결격사유자로 스스로 신고하고 수시 적성검사를 받아야 하지만 파킨슨병은 이에 포함되지 않는다.

김준용 기자 jy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