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 사건 계기 자본확충 급해져

- 경남은행 인수·엘시티 PF 참여
- 캐피탈 600억대 금융사고로
- 자본적정성 하락·위험자산 증가

# 유상증자로 만회 시도

- 2015년 11월 7000억 규모 실행
- 공시 다음 날 주가 22.9% 급락

# 손실 커지자 주가조종 결정

- 계열사 대표 회의서 회장 지시
- 거래업체 14곳 173억 원으로
- 작년 1월에 189만 주 매수

부산 경남 경제의 혈맥인 BNK금융지주가 자사주 시세 조종에 뛰어든 표면적 이유는 유상증자 과정에서 주가가 하락했기 때문이다.

부산지검 윤대진 2차장검사가 1일 오전 부산지검 소회의실에서 BNK금융지주 주가 시세 조종 의혹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서정빈 기자 photobin@kookje.co.kr

검찰은 주가 시세 조종을 지시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BNK 성세환(65) 회장이 지난해 3월 연임을 앞두고 '부실경영' 책임에서 벗어나기 위해 유상증자를 강행한 것으로 봤다. 또 부산은행이 엘시티 시행사에 1조1500억 원대 대출을 하면서 위험자산이 증가해 유상증자 필요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檢 수사 화근 된 2015년 유상증자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BNK금융지주는 ▷2014년 경남은행 인수 ▷해운대 엘시티(LCT) 사업에 1조1500억 원대 대규모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 약정 ▷BNK캐피탈의 600억 원대 대형 금융사고로 인해 자본적정성 하락과 위험자산 증가라는 문제에 봉착했다.

BNK캐피탈의 금융사고로 BNK금융지주와 부산은행·경남은행은 3500억 원의 자금을 BNK캐피탈에 지원했다.

동시에 국제결제은행(BIS)은 지난해부터 강화된 은행자본 규제인 '바젤Ⅲ'를 단계적으로 적용했다.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적용되는 바젤Ⅲ에 따르면 은행은 2018년까지 기본 자본비율 11.0%(보통주 자본비율 9.5%)를 맞춰야 한다. BNK의 기본자본비율과 보통주 자본비율은 경남은행 편입 이후 급락해서 2015년 말에는 각각 8.15%와 7.30%까지 떨어져 있었다. 지주사 가운데 최저 수준이었다.

이런 이유로 BNK는 유상증자를 통한 자본 확충에 나섰다는 게 검찰 설명이다. 성 회장은 '2015년에는 유상증자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뒤집고 그해 11월 17일 7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전격 공시했다. 예상치 못한 유상증자 소식에 전일 종가 기준 1만2600원이었던 주가는 공시 다음 날 22.9% 급락한 9720원이 됐다. 주가 확정 발행가액 산정 기간인 지난해 1월 6일에는 8130원까지 하락했다.

■다급해진 BNK, 성세환 직접 지시

유상증자의 파장이 커지자 성 회장은 2015년 11월 25일 계열사 대표들이 참석한 회의에서 거래처를 동원한 주식 매수를 지시하고 매수 상황도 보고받았다고 검찰은 발표했다. BNK지주 내부의 태스크포스(TF)가 '형사처벌이 우려된다'는 경고를 했음에도 성 회장은 중단하지 않았다고 검찰은 부연했다.

지점장 3명을 필두로 한 부산은행 임직원들은 거래관계가 있는 기업에 직접 찾아가 "인사고과를 잘 받아야 한다"며 자사주 매입을 권유했다.

결국 부산은행 거래처 46곳은 390억 원 상당의 BNK 주식을 매입했다. BNK지주는 특히 유상증자 발행가액 산정기간인 2016년 1월 7~8일 거래처 14곳의 자금 173억 원으로 189만6909주를 집중 매수해 115회에 걸쳐 주가를 조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1월 7일 최저가 8000원까지 하락했던 주가는 하루 뒤인 8일 330원 상승한 8330원까지 올랐다.

부산은행과 여신 관계에 있던 기업들은 대출 및 투자를 받아야 해 주식 매수 요구를 거부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검찰은 밝혔다. 범행에 동원된 기업 대부분은 부산은행으로부터 PF 대출을 받아야 하는 건설사였다.

■조직적 범행과 부인, 사법처리 자초

앞서 금융감독원은 지난 2월 22일 BNK금융지주의 자사주 시세 조종 의혹을 부산지검에 수사의뢰했다.

그 뒤 지난 3월 7일과 15일 부산지검은 BNK 대규모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강제수사에 나서 지금까지 100여 명을 소환했다. BNK는 수사가 시작될 당시 "시세를 조종할 이유도 능력도 없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법조계에서는 "일은 터졌는데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형국이어서 대규모 사법처리가 예상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로부터 한 달 뒤 성 회장을 소환조사한 검찰은 구속영장을 청구해 발부받았다. 성 회장 구속 이후 주가 시세 조종 혐의에 가담한 일부 인사가 혐의를 시인하는 등 태도가 '급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대기업 수사에 준해 '윗선'만 사법처리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성 회장은 여전히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BNK 내부에서 이번 사건과 관련해 끝까지 혐의를 부인하는 인물은 단 한 명"이라고 말했다.

송진영 기자 roll66@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