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량·불법공고 거를 시스템 절실

온라인에 그럴듯한 일자리 정보를 올려놓고 실제로는 보이스피싱이나 유사 성행위를 시키는 가짜 구인광고가 넘쳐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채용 사이트가 구인광고 검증에 손을 놓고 있기 때문에 피해가 늘고 있다"고 지적한다.

부산의 한 대학에 다니는 정모(여·26) 씨는 최근 채용사이트에 자신의 이력서를 올렸다. 30분도 채 지나지 않아 부산 서면의 한 카페라는 곳에서 연락이 왔다. 최저임금 6470원보다 많은 시급 8000원을 제시했다. 이튿날 면접에서 정 씨는 자신이 일할 곳이 카페가 아니라 유사 성행위 업소라는 것을 알게 됐다. 정 씨는 2일 "연락이 온 다른 곳도 가보니 비슷한 불법 업체였다"며 "처음에는 카페라고 했다가 면접자리에서야 무슨 일을 하는지 알려줘 황당했다. 거부 의사를 밝히자 월 300만 원을 보장해 준다며 유혹했다"고 전했다.

보이스피싱 조직이 대부업체로 속이고 채용을 하는 경우도 있다. 부산 기장경찰서는 이날 김모(26) 씨를 사기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김 씨는 지난해 말 한 아르바이트 사이트에서 '월 200만 원을 보장한다'는 광고를 보고 서류를 넣었다. 채용공고를 올린 곳은 대부업체로 등록된 곳이었다. 이 업체는 '자신들이 고객에게 송금한 돈을 인출해 업체로 다시 보내라'고 김 씨에게 시켰다.

하지만 김 씨를 고용한 곳은 보이스피싱 조직이었다. 김 씨는 자신도 모르게 보이스피싱 일당이 가로챈 돈을 송금하는 일을 한 것이다. 김 씨는 보이스피싱에 속은 누군가의 통장에서 총 6000만 원가량을 뽑아 회사로 송금했지만 약속된 급여는 제대로 받지 못했다. 경찰은 구속영장을 신청하려 했으나 마침 김 씨의 아이가 태어났다는 소식에 불구속 입건으로 마무리했다. 경찰은 현재 국내 총책을 추적 중이다.

채용사이트 공고가 아무런 검증 없이 등록되면서 이같은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대부분 사이트는 채용 공고를 올리기 위해 사업자 등록번호를 요구하지만 등록된 사업자가 다른 사업을 하더라도 확인할 수 없다. 한 채용사이트 관계자는 "금칙어 필터링, 24시간 모니터링 등을 통해 검증 작업을 진행한다"며 "하지만 이를 피하려는 불법 업체의 꼼수를 모두 잡아내기가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말했다.

부산청년유니온 전익진 위원장은 "채용사이트 자체적으로 불량, 불법 채용 공고를 걸러낼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채용사이트 이용객은 해마다 급증하는 추세다. 국내 A 채용 사이트의 경우 지난해 450만여 건의 채용 공고가 등록됐는데, 이는 2009년(150만여 건)보다 3배가량 늘었다.

김준용 기자 jy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