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갈치시장서 차량 추격신 찍어
- 동서대생 80여명 스태프로 참여
- 현장 누비며 영화의 꿈 키워

"끼익. 탕 탕…탕타타타탕"

지난 18일 새벽 부산 중구 자갈치로를 전면 통제한 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인 '블랙팬서' 차량 추격장면 촬영이 진행되고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지난 18일 새벽 부산 중구 자갈치시장.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블랙 팬서'의 부산 첫 촬영은 아슬아슬한 차량 추격신과 귀청 떨어질 듯한 총성으로 시작됐다. 700m 남짓 자갈치로에서 펼쳐진 주인공 히어로와 악당의 쫓고 쫓기는 추격 장면은 손에 땀을 쥐게 했다. 수십 m 높이 크레인에서 내리비추는 조명과 역동성을 더하기 위해 동원된 살수차·스모그 등도 이색 볼거리였다. 밤을 새워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계속된 촬영에는 수많은 시민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이날 촬영에는 시민 안전을 위해 통제 요원도 배치됐다. 촘촘한 간격으로 보행로를 채운 이들은 동서대 영화학과생 80여 명 등 대학생이었다. 입학한 지 한 달도 안 된 앳된 얼굴의 새내기 영화학도들도 곧잘 눈에 띄었다. 촬영 4시간 전부터 현장을 지킨 이들은 고된 촬영에도 남다른 영화 사랑과 열정을 선보였다.

"자! 슛 들어갑니다. 가까운 건물 안으로 들어가 주세요." 무전기 너머로 촬영 시작을 알리는 스태프의 음성이 전해지자 통제 요원들이 분주해졌다. 이들은 술에 취한 채 촬영장 인근을 배회하는 중년 남성을 달래는 것부터 갑자기 등장한 리어카를 갓길로 안내하는 것까지 영화 촬영의 숨은 조력자 역할을 다했다.

새내기 대학생 이승호(20·동서대 영화학과1) 씨는 "추격전 직전 리어카가 나타나는 돌발상황 때문에 아찔했다"며 "블랙 팬서를 통해 현장의 땀과 노동의 가치를 깨달았다"고 말했다.

영화학도 박모(여·20) 씨는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아버지뻘 되는 남성들을 휘어잡았다. 고교 시절 독립영화 스태프로 수차례 참여했던 경력에 스무 살의 당찬 모습이 더해졌다. 박 씨는 "블랙 팬서 같은 화려한 작품의 이면에 수많은 스태프의 노고가 숨어 있다"고 말했다. 영화학도를 꿈꾸며 연기학과에 재학 중인 김모(여·20) 씨는 배우들 대신 스태프들의 움직임을 코앞에서 본 것만으로도 만족해했다. 김 씨는 "10년 후에는 구경꾼이 아닌 배우로 저 자리에 서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밤새 이어진 촬영 현장은 수십 차례 같은 장면 찍기를 반복하는 기다림의 연속이었다. 밤을 꼴딱 새우면서 한둘씩 바닥에 주저앉던 영화학도들은 슛 신호와 함께 다시 눈빛이 초롱초롱해졌다. 부산지역 영화학도와 관련 학과 졸업생 등 450여 명은 오는 29일까지 광안대교·사직사거리·영도구 영선대로 등지에서 스태프 또는 보조스태프로 현장을 뛸 예정이다.

박장군 기자 genera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