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 농단'과 파면을 계기로 민주주의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공정여행사인 사회적기업 '에코투어 거위의 꿈'은 지난 11일 민주주의 현장을 돌아보는 '부산 민주주의 인권 여행'을 진행했다. 보통은 기업이나 학교의 단체 예약이 많은데 이날은 일반인 20명이 참가해 민주공원과 박종철 열사 기념탑·평화의 소녀상을 돌며 민주주의의 숨결을 체험했다. 에코투어 이준경 대표는 "가족 단위 참가자들이 대거 예약을 해 놀랐다. 앞으로도 일반인 프로그램을 자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여행 사회적기업인 '에코투어 거위의 꿈'이 지난 11일 진행한 '부산민주주의 인권 여행' 투어 모습. 에코투어 제공

민주공원을 찾는 발걸음도 늘었다. 일요일인 지난 12일에는 민주항쟁기념관 상설전시실이 가족과 연인들로 북적였다. 이성열 민주공원 홍보담당은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기 전보다 방문객들이 10~20% 증가했다. 방명록에도 '민주주의를 지키자'는 내용이 많다"고 전했다.

민주공원은 이런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오는 25일 부산YMCA와 공동으로 '부산시민과 함께하는 민주올레 걷기' 행사도 진행한다. 민주공원을 출발해 6월 민주항쟁 당시 농성장이었던 부산가톨릭센터와 부산역사박물관 일대를 걷는 코스다. 또 오는 5월 19일에는 네팔과 필리핀 인권활동가들을 초청해 '부산민주주의 포럼'도 개최한다.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도 오는 24일 오후 7시30분 국민주권과 직접민주주의를 토론하는 시민주권포럼을 연다. 서울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 박승옥 이사장이 '내가 알아야 민주주의다'라는 주제로 강의한다.

부산 민주공원을 방문한 시민들이 남기고 간 방명록. 부산민주공원 제공

민주주의를 배우는 스터디모임도 있다. 매주 토요일 서면에서 독서토론을 하고 있는 백승욱(34) 씨는 지난주 모임에서 김비환 교수의 '이것이 민주주의다'를 선정해 읽었다. 스터디 하루 전날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되면서 민주주의에 대해 공부해보자는 회원들의 의견이 쏟아진 탓이다.

민주주의사회연구소 차성환 소장은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선 어떤 의무와 책임을 가져야 하는지 스스로 배우려고 하는 움직임은 그 자체로 큰 의미를 갖는 행동"이라고 말했다. 이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