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압기 고장에 시설농가 피해
- 소송 통해 60% 돌려받기도
- 증빙자료 잘 챙겨야 배상받아

우리나라에서 크고 작은 정전 사고가 잇따랐지만 피해 보상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피해 보상을 받으려면 증빙 자료를 철저히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부산 기장군 정관신도시에 전기와 열을 독점 공급하는 (주)부산정관에너지 직원들이 10일 오후 정관읍사무소 2층에서 정관신도시 정전 피해신고를 접수하고 있다. 임경호 프리랜서 limkh627@kookje.co.kr

2011년 9·15 블랙아웃이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한국전력거래소는 오후 3시께 예측한 전기 수요보다 훨씬 많은 전기 사용량으로 예비 전력이 감소하자 일부 지역에 30분씩 전기 공급을 끊었다. 전력 공급 중단은 오후 8시까지 이어졌다. 이 때문에 전국적으로 735만 가구가 정전으로 불편을 겪었고 전국 417곳의 은행 거래가 중단되는 등 일부 국가 기능마저 마비됐다.

정부는 그해 9월 20일부터 2주 동안 9094건(628억 원 상당)의 정전 피해 보상 신고를 접수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전기위원회 산하 정전피해보상전문위원회는 그중 69억8800만 원 상당인 6935건의 피해만 보상했다. 신청액 기준 11% 정도에 대해서만 보상이 이뤄진 것이다.

지난 9일 정관신도시 정전 사고로 영업 중단 피해를 본 커피전문점. 전민철 기자

피해 보상이 소극적으로 이뤄지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피해자 6명을 모집해 한전과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까지 법원은 '부득이한 경우 전기 공급을 중지할 수 있다'고 규정한 전기공급약관을 근거로 전기공급 중단에 대한 한전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 소송에서 법원은 "피해 금액의 70%를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전기공급약관에서 규정한 자체 보호장치를 갖추지 않은 원고 책임을 인정해 피고들의 배상책임은 70%로 제한했다.

경남 밀양에서도 손해배상 청구 소송 승소 사례가 있다. 2015년 1월 밀양시 하남읍 명례리 비닐하우스 농가들이 변압기 고장으로 1억6000여만 원의 냉해를 입었다. 한전 측은 규정상 보상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자 밀양시가 직접 나서서 피해 농가 현장을 다니며 농작물 피해 가격 증빙자료를 챙겨 소송을 도왔다. 재판부는 피해 농가들에 전체 손해액의 60%인 1억2300여만 원을 한전이 보상하라고 판결했다.

한전 관계자는 "정전 피해를 보상받으려면 객관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근거 자료가 필요하다"며 "정관신도시 정전 사고 역시 피해를 입증할 자료가 충분하면 정당한 배상을 받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희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