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시, 2과체제 의욕적 추진
- 전문직 충원 인센티브 제시
- 기초단체 비용 늘어 외면
- 부산진구만 6명 늘려 충족

- 구청장·군수 의지 없으면 불가능
- 재정자립도 탄탄한 서울과 대조

- 市, 1~2곳 집중지원 성과내야

'아픈 부산 보건소'는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부산발전연구원이 2015년 보건소 실무직 7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인력 증원과 조직 확대"가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다.

부산 서구보건소의 한 의사가 주민의 혈당과 혈압을 검사하는 모습. 전문가들은 지역 주민이 더 나은 의료 서비스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보건소 전문인력이 대폭 늘어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부산시 제공

'보건소 조직 혁신을 위해 해결돼야 할 문제'에 48.6%(36명)가 '보건소 조직 획일화'를 꼽았다. 1과(보건행정과) 체제로 보건소가 운영되면서 전문성 한계가 극명하게 노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높은 비정규직 비중(16명)과 ▷정원과 현원의 부적정성(13명) ▷시민 욕구와 다른 조직(5명) ▷지역 편중(4명) ▷예산부족(1명)이 뒤를 이었다.

보건소 인력 확대는 자치단체장의 권한이다. 구청장·군수의 의지가 없다면 현행 기준인건비제도(옛 총액인건비제) 체제에서 보건소 인력 증원은 기대하기 어렵다.

■3억 준대도, 안 먹히는 '1과 더 증설'

부산시는 지난해 2월 열린 '보건소 조직개편 공청회' 결과를 토대로 '보건소 조직 개편안'을 내놨다. 1과 체제를 2과 체제로 확대하고 보건소당 평균 공무원 수를 최소 15명 증원하는 것이 개편안의 핵심이었다. 여기에 감염병관리팀과 정신보건팀을 신설하고 '건강증진과'에 지역건강팀과 금연지원팀을 만들어 운영하자는 계획이 포함됐다. 보건소 정원도 ▷인구가 15만 명 미만 때 50명 ▷15만~30만 명일 때 55명 ▷30만 이상일 때는 60명이 돼야 한다는 제안도 포함됐다. 현재 부산 보건소당 평균 인원은 36.3명이다.

부산시는 개편안을 근거로 지난해 8월 자치단체에 '보건소 기능 강화(안)'를 내려보냈다. 1과에서 1과를 더 신실해 전문직(의료·간호직) 2명 이상을 충원하면 특별교부금 3억 원(1팀 신설은 2억 원)을 주겠다는 인센티브도 제시했다.

반응은 좋지 않았다. 16개 구·군 가운데 3억 원을 받은 곳은 부산진구뿐이었다. 부산진구는 기존 1과 6담당을 2과 7담당으로 바꾸고 인력도 48명에서 54명으로 6명 늘렸다. 해운대구는 인력증원 없이 1과를 2과로 나눴다. 영도구는 1팀을 늘려 1과 5팀 체제(32명→36명)로 재정비했다.

한 보건소장은 "자치단체들이 한 차례 받는 교부금보다 앞으로 지속적으로 들어갈 인건비에 부담을 느껴 조직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고 전했다.

■구청장 용단 있어야 인력 증원 가능

보건소 인력 확충은 정부나 부산시가 개입하기 어렵다. 재량권은 전적으로 구청장·군수에게 있다. 2014년 제정된 기준인건비제도에 따라 자치단체장은 행정자치부의 기준인건비 범위에서 정원을 운영한다. 총정원 가운데 보건소 정원을 몇 명으로 할지 알아서 정할 수 있다.

하계열 부산진구청장은 "올해 보건소 직원을 6명 더 늘리긴 했지만, 사실 이것도 부족하다"며 "너무 많은 일이 보건소에 몰려 제대로 된 업무가 불가능했다. 부산시 교부금이 아니었어도 조직 확충은 시급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하 청장은 "구청장·군수협의회에서 '보건소 인력 확충'을 제안했다. 다들 심각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선뜻 실행에 옮기는 것은 주저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여느 자치단체는 여태까지도 비슷한 인력으로 무리 없이 보건소를 운영해온 만큼 보건소에 많은 인력을 투입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서울의 보건소가 많은 인력과 다양한 사업을 할 수 있는 것은 재정자립도가 탄탄하기 때문이다. 기준인건비가 서울에 비해 적은 부산의 경우 보건인력을 확대하려면 일반 행정직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부산시의회 이진수 복지환경위원장은 "부산시가 보건소 혁신을 제대로 추진하려는 1, 2개 자치단체를 선정해 한해 수십억 원을 집중 지원해 성과를 내야 한다. 그래야 '표'에 민감한 자치단체장들이 보건복지에 더 관심을 갖게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김화영 기자 hongda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