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동구와 인구 비슷하지만
- 정신과·한의사 등 의사 9명
- 1년 예산 160억 원, 4배 넘어

- 조직 체계도 '4과 16팀'
- 업무 세분화로 전문성 높여

- 부산은 16곳 중 14곳 1개 과
- 과장은 전문지식 없는 행정직
- 상황대처 늦고 업무 비효율

- 서울은 각 동에 간호사 배치
- 찾아가는 질병예방 서비스도

"그렇게 인력이 적어요? 부산 보건소는 어떻게 일을 하죠? 건강복지는 사람 손이 닿아야 하는데."

최근 서울 중구보건소 의료진이 내방객과 상담을 하는 모습. 중구보건소 인력은 103명으로 인구가 비슷한 부산 동구보건소의 3배가 넘는다. 김화영 기자

최근 기자가 찾은 서울 중구보건소 홍혜정 소장의 말이다. 그는 기자에게 "믿을 수 없다"고 몇 번이나 되물었다. 인구 43만 명인 해운대구 보건소 인력이 70명인데 비해 인구 12만 명인 서울 중구보건소는 102명이기 때문이다. 인구 10만 명인 부산 동구보건소(33명)보다는 3배가 많다. 의사·간호사를 비롯한 의료 전문인력과 예산도 서울과 부산은 3배 이상 차이가 났다.

■정신과·예방의학과 전문의까지

서울 중구보건소 홍혜정 소장

중구보건소의 의료인력도 부산과 비교되지 않았다. 부산에서 보기 힘든 예방의학·정신건강의학·가정의학과 전문의가 1명씩 있었다. 한의사 2명과 치과의사 1명을 포함해 의사만 9명. 부산은 16개 보건소 중 연제구만 한의사를 한 명 채용한 상태다. 중구보건소의 간호사는 46명으로 '지역보건법'의 전문인력 최소배치 기준(17명)의 3배에 가깝다. 인구 3배가 넘는 해운대구(19명)보다는 2.4배나 많다.

홍 소장은 "보건소에 정신과 전문의는 꼭 필요하다. 생활고에 따른 사망보다 고독감이나 우울증으로 신변을 비관해 목숨을 끊는 경우가 많은 탓이다. 건강한 마을을 만들기 위해서 정신과 전문의의 개입이 필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보건소 예산도 서울과 부산은 차이가 컸다. 올해 부산 동구보건소가 쓸 수 있는 예산(2017년 일반회계)은 37억5400만 원 수준. 서울 중구보건소는 159억9600만 원(구비 119억 원 포함)으로 4배가 넘었다. 예산이 많을수록 사업별로 전문가를 채용할 수 있다. 사회복지연대 박민성 사무처장은 "새로운 사무가 추가될 때마다 기존 직원들에게 떠넘기는 부산과는 극명한 대조"라고 말했다.

■서울은 4과, 인천 3과, 부산은 1과

서울 중구보건소는 4과 16팀 체제다. 건강도시과(마을건강·금연·의료관광)와 ▷위생과(공중위생업소·원산지 표시 관리) ▷건강관리과(감염병예방·방역·소외계층 진료) ▷의약과(구강보건·응급의료·의약품관리)로 업무가 세분화돼 있다.

부산은 14개 보건소가 1996년부터 1과(보건행정과) 체제다. 인구가 40만을 넘은 부산진구와 해운대구 보건소만 최근 1과 직제를 2과로 개편했다. 부산발전연구원의 '특·광역시 보건소 직제 연구(2015)'에 따르면 서울은 대부분의 보건소가 4과 체제였다. 대구·인천·광주광역시도 3과로 보건소가 운영된다.

현장에서는 "1과 체제에서는 지역특성을 반영한 정책을 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보건소 의사는 "행정직 공무원인 보건행정과장이 의사·간호사에게 지시를 내리는 낡은 시스템이 계속되고 있다. 메르스처럼 비상상황이 터지면 허둥지둥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서울 중구보건소의 경우 의약과는 의사가, 건강관리과는 보건직 공무원이 맡는다. 보건민원과 보건기획을 담당하는 건강도시과와 위생업무를 하는 위생과는 행정직이 관리하고 있다. 홍 소장은 "보건수요는 크게 늘었는데 부산의 보건행정체제는 1990년대에 머문 것 같다"고 지적했다.

■보건소가 동주민센터를 진두지휘

서울 중구는 2013년부터 건강·복지·민원행정 통합 정책인 '행복다온(多溫) 사업'을 추진 중이다. 핵심은 주민센터의 기능 변화에 있다. 중구 주민센터 공무원들은 오전에는 제 일을 하고 오후에는 동네를 돌며 사회복지·생계지원·건강관리 민원을 접수한다. 건강에 문제 있는 주민을 발견하면 보건소가 주민센터에 파견한 간호사가 투입된다.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면 보건소가 뛰어드는 식이다. 성과는 바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의 지역사회건강조사에서 중구의 '취약계층 의료서비스 만족도'는 2013년 68.2%에서 2015년 94.5%로 뛰었다.

중구보건소의 행복다온은 지난해 '참여형 보건지소' 사업으로 확대됐다. 헬스 리더과정을 수료한 지역주민은 주민센터의 건강리더로 위촉돼 소모임을 꾸려 건강마을 만들기에 앞장선다. 주민센터는 간단한 진료가 가능한 'U건강센터'와 운동처방사가 상주하는 '재활운동실'도 운영 중이다.

중구보건소의 보건모델은 지난해 WHO(세계보건기구) 건강도시상을 받는 근거가 됐다. 2015년부터 최근까지 전국의 자치단체들이 22회에 걸쳐 중구를 벤치마킹했다.

홍 보건소장은 "사업 초기에는 '보건소가 주민센터를 집어삼켰다'는 행정직 공무원의 불만이 상당했지만 사업이 성과를 보이자 모두 만족하고 있다"며 "보건소가 주민곁으로 더 가려면 자치단체장의 강력한 의지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화영 기자 hongda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