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계 "정부지침 제동" 환영

회사가 저성과를 이유로 직원을 해고한 것은 무효라는 판결이 나왔다. 노동계는 "사법부가 정부의 '쉬운 해고'에 제동을 건 것"이라며 환영했다.

부산지법 민사6부(이균철 부장판사)는 르노삼성자동차 직원 A 씨가 회사를 상대로 낸 해고 무효확인 소송에서 "회사가 2015년 10월 A 씨에게 행한 해고는 무효"라며 "회사는 A 씨에게 해고 다음 날부터 복직 시까지 한 달에 499만 원에 이르는 임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2일 밝혔다.

판결문을 보면 2003년 3월 르노삼성차에 입사한 A 씨는 "근무성적 또는 업무수행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사유로 2015년 10월 21일 해고됐다.

사측은 A 씨를 해고하면서 여러 사유를 들었다. 특히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년간 최하위 근무성적 평가를 받아 저성과자로 선정됐는데도 8주간의 역량향상 교육프로그램을 이수하지 않았다는 게 주된 해고 사유였다.

지점장으로 근무하던 A 씨는 2012년 희망퇴직 대상자에 올랐지만 거부했다. 곧바로 고객불만 상담 업무로 좌천성 발령이 났고 그해 역량평가에서 최하등급을 받았다. 이듬해 사측은 A 씨에게 역량향상 교육을 이수하게 한 후 새로운 직책을 만들어 발령냈다. 직위를 강등해 입사 후배인 지점장 밑에서 근무하도록 하기도 했다. 이런 인사가 반복된 2012∼2014년 A 씨는 역량평가에서 최하등급을 받았다.

르노 측은 법정에서 "2012년부터 A 씨는 3년 연속 최하평가를 받았다. 해직은 징계재량권 범위 안에 있어 유효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 씨의 징계사유는 대부분 인정되지만, 해고에 이를 만큼 중대한 잘못은 아니다"고 판단했다. 또 "사측이 면직처분 근거로 드는 고용노동부 공정인사 지침에 따라 업무능력 결여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가 있어야 한다. A 씨가 지난 3년간 근무한 부서는 업무능력을 공정하게 평가받을 수 있는 부서가 아니었던 점을 고려하면 업적·역량평가가 공정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법원의 판결이 나자 노동계는 즉각 환영의 뜻을 표했다.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 유장현 교육선전부장은 "사법부가 상시적인 해고의 수단으로 악용돼 온 정부의 저성과자 해고지침에 제동을 걸었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박호걸 기자 rafae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