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43가구 오손도손 '7형제 마을'
- 과수원·채소밭·하천가 개방
- 낮엔 고구마 캐고 밤엔 별 감상
- 소원 비는 달집태우기까지
- 자연과 하나되는 체험교육
- 인근 부산·창원서 많이 찾아

경남 김해시는 억겁의 세월동안 낙동강이 상류에서 시나브로 실어온 모래와 토양으로 인해 기름진 땅으로 변모한 곳이다. 봉화산을 중심 축으로 좌우로 영남의 젖줄인 낙동강과 전국 최대 하천형 습지인 화포천 사이에 놓인 7개 마을도 그런 곳이다. 이름도 정겨운 진영읍 금봉, 봉하, 본산, 용성, 주호, 양지, 효동 등 '7형제 마을'이다.

비옥한 땅 위에 살포시 내려앉은 이들 마을에는 543가구 1065명이 서로 정을 나누며 오손도손 살아가고 있다. 그런 마을 주민들이 2015년 7월 의기투합해 변신을 시도했다. 과수원과 채소밭, 하천가에 도시민들을 불러들여 체험 기회를 제공하고 동시에 수익도 올릴 수 있는 농촌체험마을로 태어났다. 바로 '화포천농촌체험휴양마을'이다.

화포천 체험마을로 향하는 길은 다양하다. KTX를 타면 진영역에서 오는 방법이 있고, 자동차를 타고 오는 방법도 있다. 체험마을의 본부사무소가 노 전 대통령의 고향인 봉하마을 입구에 있어 찾기가 수월하다.

	어린이들이 싸움소를 만져보며 신기해하고 있다. 화포천농촌체험휴양마을 제공

■가까운 거리·최고의 시설

이곳은 국내에서 보기 드문 하천형 습지의 형태를 띠고 있는 화포천과 천연기념물인 노랑부리저어새와 수리부엉이, 삵, 맹꽁이 등 다양한 생물이 마을 주민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특히 도시에서 비교적 가까운 곳에 위치하면서도 정겨운 주민들의 사람 내음과 흙냄새, 풀냄새를 맡을 수 있는 흔치 않는 곳이다.

낮에는 마을 내 단감밭에서 감을 따고 알토란 같은 고구마를 캐는 한편 밤이면 별을 헤며 도시생활에 지친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수 있다. 체험마을이 문을 열자 이곳을 찾은 어린이들은 윗동네 아저씨가 운전하는 트랙터를 타고 신나게 동네를 한바퀴 돌고, 아랫마을 어르신이 몰고온 싸움소를 직접 만지거나 빗질을 하며 동심을 키운다. 한 쪽에서는 도시 아주머니들이 직접 수확한 감자와 고구마를 솥에 쪄 먹으면서 이야기꽃을 피운다. 방문객들은 이곳에서 자연과 하나되는 소중한 체험과 힐링 시간을 가지며 평생 잊지못할 추억을 쌓게 된다.

	화포천농촌체험휴양마을은 겨울에 비닐하우스 딸기 따기 체험을 할 수 있어 어린이들이 특히 좋아한다.

지난 주말 체험마을의 중심지인 '더봉하센터' 운동장에는 10여 명의 방문객이 농구경기를 하느라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쌀쌀한 날씨에도 도시 못지않은 시설을 갖춘 이곳에서 도시민들은 농촌의 정을 느끼고 서로의 우정을 쌓아나가고 있다. 멀리 인천은 물론 인근 부산에서 많은 방문객이 찾아온다고 더봉화센터 관계자가 귀띔했다.

봉하센터는 국비와 도비 등 44억 원을 들여 지은 건물로, 지역활성화센터(지상 2층), 복지관(지하1층, 지상 2층)과 체육시설 등을 갖춰 시설면에서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이곳에는 5개방에 60명을 수용할 수 있고, 크고 깨끗한 식당도 있다. 화포천체험마을 서광효 사무장은 "지역 특성상 부산과 창원 대도시 중심에 위치해 가족 단위 방문객들이 많이 찾는 편"이라며 "체험거리도 다양하게 준비돼 있고 유명한 봉화마을과 화포천 습지를 근거리에 두고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다양한 체험거리에 빠지다

	화포천농촌체험휴양마을에서는 한 해의 소원을 비는 달집태우기 행사도 열린다.

이 마을은 생태마을 운영위원 12명을 중심으로 재미있는 체험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곳에서 운영하는 체험은 크게 봄, 여름, 가을, 겨울 등 계절변화에 따라 맞춤형으로 짜여져 있어 더욱 알차다. 봄에는 벌레를 퇴치하기 위해 기른 오리와 함께 논에 들어간 뒤 직접 농군이 되어 모내기에 참여할 수 있다. 점심식사를 내가 빚은 주먹밥으로 때운 뒤 소원을 담은 바람개비 만드는 것도 중요 일과 중 하나다.

여름이면 본인이 요리사가 돼 오염되지 않은 흙에서 난 각종 채소로 점심식사를 마련하며, 오후에는 토실토실 알감자 캐기,논 생물 탐험하기 등 흥미로운 프로그램이 대기 중이다. 멜론 수확과 멜론 아이스바 만들기, 봉하마을 역사문화해설사가 들려주는 이야기 한마당도 뜻깊은 행사다.

가을에는 따가운 햇살 아래 탐스럽게 익어가는 단감 따기와 싸움소와 친구되기 행사를 비롯해 직접 떡매로 쳐 떡을 만드는 오색빛깔 단감떡만들기 체험도 인기가 높다. 금봉마을 주민 허옥식(56) 씨는 "어린이들이 특히 직접 단감을 따며 농촌 재미를 느낀다. 집에 기르는 한우 빗질하기와 여물주기 등도 참여해보며 동물과 우리 먹거리의 소중함에 대해서도 배우는 기회를 얻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겨울에는 비닐하우스에서 딸기 따기와 딸기 설기 만들기, 신나는 보물 찾기와 한 해의 소원을 비는 달집태우기 행사가 준비돼 있다. 부산에 온 최철민(45) 씨는 "주말을 맞아 가족과 함께 방문했는데 아이들도 좋아해 시간 내서 찾은 보람을 느낀다"며 "주민 인심도 좋아 때가 되면 친지, 동창들과 함께 다시 방문하고 싶다"고 만족해했다.

강사는 전문강사를 초빙하기도 하지만 마을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살아있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시 농업기술센터 박수찬 소장은 "화포천체험마을은 먼저 시설면에서 최고를 자랑해 남녀노소 누구든지 쾌적한 환경에서 체험을 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며 "앞으로 마을 주민들과 함께 더 유익하고 재미있는 체험거리를 개발해 전국 최고의 체험마을로 자리잡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시는 앞으로 농촌 지역과 도시민 간 유익한 만남을 통해 윈윈할 수 있도록 농촌체험마을을 추가로 발굴키로 했다. 박동필 기자 fee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