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육생과 4인1조로 모의훈련
- 건장한 체격 남성 취한 상황
- 2번 경고 후 긴박하게 포박 나서
- 가뿐하다 생각했지만 쉽지않아
- "너희 월급이 어디서 나오냐"
- 힘 부친데다 인격모욕도 감수
항공기 안에서도 크고 작은 사건이 자주 발생한다. 지난해 말 한 중소기업 회장 아들은 술에 취해 대한항공 기내에서 승객과 승무원을 폭행해 국민적 공분을 샀다. 2013년 포스코 라면 상무 사건과 2014년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건도 충격적이었다. 국제신문 김영경 기자가 19일 에어부산 사옥에서 기내 난동 승객을 제압하는 모의훈련에 참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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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지 김영경(왼쪽) 기자가 20일 부산 강서구 에어부산 사옥에서 열린 기내 난동 제압 훈련을 체험하고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
"야 이 ×××아, 빨리 맥주 갖다 달라고."
일본 후쿠오카행 항공기 안. 술에 취한 김모(33) 씨가 맥주를 더 달라고 고성을 질렀다. 위협을 느낀 승객들은 하나둘씩 자리를 피했다. 승무원들은 난동을 부리는 승객을 저지하기 위해 바짝 긴장했다. 19일 오전 10시 부산 강서구 대저2동 에어부산 사옥에서 열린 기내 난동 승객 제압 훈련의 한 장면이다. 기자는 실제 객실과 똑같이 생긴 공간에서 26명의 교육생들과 함께 실습에 투입됐다.
이날 훈련은 폭발물 처리-기내 난동 승객 제압-테이저건 실습 순으로 진행됐다. 기자는 난동 승객 제압 훈련부터 투입됐다. 교육생들과 4인 1조로 투입돼 술을 더 달라고 요구하는 승객을 포박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2번의 경고에도 난동이 계속되자 기자는 승객의 이마를 두 손으로 누르고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그사이 다른 교육생 1명이 승객의 손에 수갑을 채웠고 나머지 2명은 포승줄로 온몸을 꽁꽁 묶었다.
여성 4명이 건장한 남성 한 명을 제압하기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몸부림 치는 승객을 움직이지 못하게 해야 하는 데 힘이 부쳐 팔이 떨릴 정도였다. 실제 상황이었다면 포승줄에 묶인 승객은 가까운 공항에 비행기가 착륙했을 때 경찰에 인계된다. 교육에 참여한 정지윤(여·26) 씨는 "욕을 하며 난동을 부리는 승객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 당황했다. 힘도 많이 들었다"며 "승무원을 '안전 지킴이'라고 생각하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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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이저건 실습 모습. |
다음은 전기충격기인 테이저건을 사용하는 법을 배우는 순서였다. 쏘는 요령을 배우고 바로 실습에 들어갔다. 테이저건을 쏘기 전에는 "불법행위를 멈추지 않으면 전기충격기를 발사하겠습니다"라는 경고를 3번 해야 한다. 테이저건은 총알 대신 전선으로 연결된 두 개의 침을 발사해 침이 몸에 꼽히는 순간 5만 V의 고압전류를 사람의 몸에 흘려 중추신경계를 마비시킨다. 류동현 교관은 "인격 모욕이나 언어 폭력을 당연시 여기는 승객이 많아 승무원들이 상처를 자주 받는다. 테이저건을 쓸 일이 없어야 승무원들이 승객의 안전을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17개 국적 항공사에 따르면 기내 불법 행위는 2012년 191건에서 2013년 203건으로 늘더니 2015년에는 460건 발생했다. "너희(승무원) 월급이 어디서 나오는지 아느냐"고 욕설을 하거나 노골적인 성희롱을 하는 경우도 많았다.
국토교통부도 이날 기내 난동 대책을 내놨다. 우선 기내에서 중대한 불법행위 발생 시 경고 절차를 생략하고 즉시 제압·구금할 수 있도록 했다. 무기 사용 절차도 간소화했다. 종전에는 승객·승무원이 생명에 위협을 받는 경우만 테이저건을 사용하도록 했지만 앞으로는 폭행 등 기내난동에도 쓸 수 있다. 포승줄은 현재 직접 매듭을 묶어야 하는 형태에서 올가미를 씌워 잡아당기면 자동으로 조여지는 신형으로 교체된다.
에어부산 측은 "기내에서 난동을 부리면 다른 승객 수백여 명이 위험에 빠질 수 있어 처벌도 강화되는 추세"라며 "승무원 안전 교육도 더욱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경 기자 yk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