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대학가·시내 중심
- 최근 반년새 60곳 우후죽순
- "1000원 넣고 운 좋으면
- 몇만원 짜리 인형 얻는다"
- 입시·취업경쟁 힘든 일상
- 작은 성취감 스트레스 출구로
11일 오후 부산 남구 대연동의 한 '가챠샵'. 직장인 A(여·40) 씨가 "꼬부기 뽑았다"고 환호성을 질렀다. 가챠샵은 자판기에 동전을 넣고 손잡이를 돌리면 무작위로 캡슐이 나오는 가게다. 캡슐 안에는 꼬부기처럼 포켓몬 시리즈에 등장하는 캐릭터부터 다양한 애니메이션 피규어가 들어있다.
11일 오후 부산 서면의 한 피규어 자판기 매장(가챠샵)에서 손님들이 피규어 뽑기를 하고 있다. 김성효 기자 kimsh@kookje.co.kr
A 씨는 "당첨 확률이 적은 인형뽑기와 달리 가챠샵은 무조건 상품이 나온다. 2000~3000원에 피규어를 모을 수 있어 취미처럼 한다"고 말했다.
인형뽑기나 가챠샵처럼 적은 돈으로 재미를 얻는 이른바 '탕진잼' 문화가 부산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탕진잼이란 재물을 다 써서 없앤다는 의미의 '탕진'과 재미를 뜻하는 '잼'을 합친 신조어다.
장기 불황에 빠졌던 일본에서 인형뽑기방이 성행했던 현상이 국내에도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입시·취업 경쟁과 삶의 무게에 지친 사람들이 '뽑기'를 통해 작은 성취감을 얻는 것으로 분석한다.
게임자판기협동조합에 따르면 부산의 인형뽑기방은 모두 60여 곳이다. 대부분 최근 6개월 사이 생겼다. 가챠샵도 지난해 4월 경성대 근처에 처음 생긴 뒤 남포동·서면·부산대를 중심으로 10여 곳이 생겼다. 아직 인형뽑기방 만큼은 아니지만 다양한 연령층이 찾고 있다.
이날 부산 부산진구 양정동의 한 인형뽑기방에서 만난 B(23) 씨는 "1000원을 넣고 몇만 원짜리 인형을 손에 쥐었을 때 짜릿했다. 로또처럼 어마어마한 행운이 나올 가능성은 없지만 나에게 작은 행운을 안겨다 주는 느낌이다. 가난한 여가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경성대 근처에서 가챠샵을 운영하는 장연후(41) 씨는 "피규어나 인형뽑기를 통해 소소한 만족감을 얻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려는 사람이 많다. 살아가는 게 팍팍한 탓인지, 청소년·대학생뿐만 아니라 30~50대 연령층의 고객도 많다"고 전했다.
인형뽑기에 대한 관심은 SNS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빅데이터 기반 인공지능 전문기업 다음소프트에 따르면 블로그·트위터·인스타그램을 분석한 결과 2014년 1만8118건이던 인형뽑기 언급 횟수는 지난해 15만8961건으로 10배 가까이 급증했다.
지난 1일부터 8일까지 SNS상에서 언급된 인형뽑기 단어 횟수만 해도 1만4948건에 이른다. SNS상에서는 인형뽑기와 '귀여움'이 언급된 경우가 1만843건으로 가장 많았다. 재미(6289건), 성취감(6500건), 인증 욕구(2572건)등도 연관 단어로 많이 등장했다.
부산대 홍창희(심리학과) 교수는 "불황일수록 적은 돈으로 큰 만족을 얻으려는 경향이 강해진다. 뽑기 열풍도 비슷한 맥락이다. 소소하게 일상의 분노와 불만을 표출하는 통로로 인형뽑기가 유행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영경 김진룡 기자 yk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