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하청 불공정거래 주 원인
- 통영 전년대비 248% 폭증

부산 울산 경남지역 조선업계의 체불임금 규모가 지난해보다 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도 난 기업들은 원·하청 간 불공정 거래를 도산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부산고용노동청(이하 노동청)은 동남권 조선업 체불임금 규모가 올해 656억2700만 원으로, 지난해(321억9600만 원)보다 103.8% 증가했다고 27일 밝혔다. 체임 근로자는 1만4147명으로 지난해 7073명의 배에 달했다. 경남 통영의 조선업계 체임 규모는 440억7100만 원으로, 지난해보다 248.7%나 늘었다. 전체 업종의 체임 규모는 29.7% 증가했다.

거제·통영·고성에서만 올해 1~10월 체임을 신고한 근로자는 1만1000여 명에 달했다. 지난해 5331명보다 배나 많다. 대부분 조선업종 근로자다.

체임이 증가한 것은 침체의 늪에서 허우적대는 조선업종의 불황 때문이기도 하지만, 원·하청 간 불공정 거래에서 비롯된 탓도 크다.

노동청이 지난달 도산한 조선업 73개 하청사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69.9%가 원청 측의 '갑질'을 도산 요인으로 꼽았다. 수주 물량 감소와 거래처 미확보 등 경기 악화 영향을 원인으로 꼽은 곳은 30.1%였다.

불공정 도급 계약을 한 업체는 46.5%(34개사)에 달했다. 이 중 25곳은 실제로 투입한 비용보다 적은 금액을 받는 도급계약을 했다. 8곳은 설계 변경 등 도급 계약 변경에 따른 비용 증가를 원청사 대신 떠안았다. 16곳은 원청사가 기성금을 지급하지 않아 도산했다고 답했다.

이에 따라 노동청은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와 협업 체계를 구축했다. 또 대형 조선소마다 전담 근로감독관을 지정하고 체임 청산 전담팀도 구성하기로 했다. 기성금 미지급으로 체임이 발생할 경우 원청 측의 임금 지급 연대 책임 준수 여부를 집중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다.

공정위는 하도급법 위반 점검표 초안을 마련해 노동청과 협력에 나선다. 공정위는 노동청과 함께 이날 조선업 근로자 체임 해소를 위한 간담회도 열었다. 또 현대중공업 등 9개 조선사와 9개 하청업체를 대상으로 하도급 거래 공정화 촉구 설명회도 진행했다.

정철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