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료 당위성 논란

- 인구 3분의 1 잠복결핵 추산
- "발병위험 낮으면 치료 안해"
- 질병관리본부 지침과 배치

# 약물 부작용 우려

- 결핵약 3~9개월 매일 복용
- 간독성·신독성 생길 수도
- 투약자 꼼꼼한 관리 힘들어

보건당국이 내년부터 대규모 잠복결핵 진단·치료 사업에 나서게 된 근거는 올해 2월 개정된 결핵예방법이다. 제11조(결핵검진)는 의료기관의 장이나 산후조리원·유치원·아동시설의 대표는 종사자에게 결핵검진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세계 최고 수준의 결핵 발병률을 낮추기 위해 내년 예산에 42만8000명의 잠복결핵 보균자 검사·치료비용 600억 원을 반영했다. 이처럼 대대적인 결핵 예방사업은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들다. 평소에는 생활에 아무런 지장을 받지 않는 잠복결핵 감염자를 치료해야 하느냐에 대한 논란이 많기 때문이다.
■ 잠복결핵 치료 당위성 논란

결핵은 크게 '전염성(활동성) 결핵'과 '잠복결핵'으로 나뉜다. 결핵균 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이고 전파 가능성이 크면 전자에 해당한다. 결핵균에 감염됐으나 실제 결핵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낮은 게 잠복결핵이다. 잠복결핵은 엑스레이(X-Ray) 검사나 객담(가래) 검사에서는 감염 여부가 나타나지 않는다. 피부검사(투베르쿨린) 또는 혈액검사(이그라)를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다.

의료계는 우리나라 인구의 3분의 1이 잠복결핵 감염자인 것으로 추산한다. 잠복결핵 감염자의 90% 이상은 평생 자신이 이런 결핵에 걸렸는지도 모르고 지낸다.

잠복결핵은 대다수가 면역력이 크게 약화됐을 때만 발병할 확률이 높아질 뿐 평소 생활에는 아무런 지장을 받지 않는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는 검사와 치료가 꼭 필요한 질병으로 여겨지지 않았다.

질병관리본부가 대한결핵호흡기학회와 함께 펴낸 '결핵진료지침'에도 '잠복결핵 검사는 전염성 결핵환자와 접촉하거나 발병 위험이 높은 군에서만 시행해야 한다. 발병 위험이 낮은 군에서는 권고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보건당국이 그동안의 관행을 뒤엎고 잠복결핵 검진과 치료에 나서는 셈이다. 부산시 보건당국도 "유아기에 '불주사'라고 불리는 BCG를 예방접종하는 것은 약한 결핵균을 몸에 주입해 큰 결핵을 막기 위해서다. 일종의 잠복결핵 상태를 만들어두는 것이다. 이제 와서 이를 치료하자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고 비판했다.

결핵전문병원인 국립마산병원 황수희(흉부외과) 과장은 "전염성 결핵환자와 접촉이 있었던 이들을 타깃으로 삼아 집중 검진과 치료를 하는 것이 맞다. 치료가 시급하지도 않은 일반인에 대한 잠복결핵 검진에 나서는 것은 우선순위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 독한 결핵약 3~9개월 투약

잠복결핵 감염자를 치료하려면 결핵약을 매일 3~9개월 복용해야 한다. 치료 약제는 이소니아지드(아이나)와 리팜핀이다. 치료 기간을 3개월로 단축하려면 두 약제를 동시에 처방한다.

독한 결핵약을 쉬지 않고 복용하게 되면 내장기관에 무리가 생길 수밖에 없다. 부산시 감염병관리본부 손현진 부본부장은 "결핵약에는 간독성과 신독성이 존재한다. 계속 먹으면 간 수치가 높아지는 등 몸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잠복결핵 감염자가 꾸준히 약을 복용하는지 관리하기도 힘들다. 투약을 중간에 멈추면 약에 대한 내성이 생겨 다제내성 결핵으로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최악의 경우 다량의 약과 주사제(카프레오마이신 등)에도 내성을 보이는 광범위 약제내성 결핵(슈퍼결핵)으로 발전할 수 있다.

부산시가 올해 3053명을 대상으로 잠복결핵 시범 검진을 한 결과 413명이 양성 반응을 보였다. 이 중 77명이 지난 10월부터 결핵약을 투약 중이다. 부산시 보건당국은 "내년에는 올해보다 검진인원이 8.7배 늘어나고 투약자도 늘 것"이라며 "대대적인 보건소 인력 확충이 없는 상태에서 환자를 꼼꼼하게 관리하는 것은 어렵지 않겠느냐"고 걱정했다. 부산시의회 정명희 의원은 "대대적인 투약 처방이 안전하다는 근거가 전혀 없는데도 질병관리본부가 무리한 사업을 추진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결핵 발병률을 낮추려면 잠복결핵률부터 잡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질병관리본부 박옥 에이즈결핵관리과장은 "투약의 안전성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여기고 있다. WHO도 잠복결핵 감염자에 대한 적극적인 치료를 권고한다"면서 "통상 다제내성은 전염성 결핵에만 작용하는 것이어서 잠복결핵 감염자가 투약을 중단해도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의 주장은 다르다. 국립마산병원 황수희 과장은 "선진국은 결핵환자와 잠복결핵 감염자가 우리나라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적기 때문에 관리하기가 쉽다. 국민의 30%가량이 잠복결핵 환자로 추산되는 우리나라와는 상황이 크게 다르다"고 반박했다.

김화영 기자 hongda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