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록우산 어린이재단·한국수력원자력(주) 고리원자력본부·부산광역시교육청·국제신문 공동기획

상호(가명·11)는 태어나서부터 엄마의 학대에 시달렸다. 늦은 밤 자물쇠 채워진 방에서 혼자 지내기 일쑤였다. 겨울에 반소매 차림으로 나타나거나, 꽉 끼는 작은 옷을 입고 다니는 일도 많았다. 동네 주민들은 "늘 아이 우는 소리, 비명이 새어 나왔다. 집 입구는 쓰레기 더미로 가득 쌓여 있었다"며 상호네를 기억했다.

상호는 학교에서도 따돌림을 받았다. 몸에서 담배 냄새 같은 악취가 진동하는 상호를 누구도 좋아하지 않았다. 엄마는 학교까지 찾아와 학대했다. 상호를 발로 차거나, 머리를 낚아챈 채 교실 밖으로 끌고 나가기도 했다.

엄마는 정신분열증과 우울증을 앓고 있다. 환시와 환청의 증상이 심각해 상호를 돌볼 처지가 전혀 못 된다. 아버지는 상호가 갓난아이일 때 엄마와 이혼해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상호는 2006년부터 2015년까지 아동학대로 세 번이나 신고돼 아동보호시설에서 지냈다. 지난 7월부터 다시 아동복지시설 내 그룹홈에서 지내고 있다. 상호는 삶에 대한 의욕을 모두 잃은 아이 같았다. 누가 불러도 대답하지 않고 고개를 묻고 엎드려 있기만 했다.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약물을 복용하는 치료도 받았다. 사춘기까지 겹치면서 반항기질이 생겨 그룹홈 동료들과 주먹다짐을 할 때도 잦았다.

이러던 상호가 붓을 들면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얼마 전 미술에 소질이 있다는 칭찬을 받고 난 뒤 줄곧 그림만 그리고 있다. 친구들에게 자신이 그린 그림을 보여주면서 활짝 웃기도 한다. 상호는 미술학원에 다니면서 미술 공부를 본격적으로 해보고 싶어 한다. 매일 복지사에게 '언제 미술학원 갈 수 있느냐'고 물으며 의지를 보이고 있다. 자신을 괴롭힌 엄마에 대해서 '용서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말도 한다.

담당 사회복지사는 "학대로 상처받은 상호가 미술로 위로받고, 건강한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어른들이 도움이 돼 주면 좋겠다"며 미술학원비 지원을 간곡하게 요청했다.


# 이렇게 도움을 주셨습니다

본지 지난 14일 자에 소개된 미정이가 정서적 안정을 되찾길 바라며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에서 심리·정서치료비를 지원했습니다. ▶문의 (051)505-3117~8 후원계좌=국민은행 6585 9011 003764 예금주 어린이재단

김화영 기자 hongda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