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안건설 특수관계사 5곳 동원
- 용역계약 등으로 560억 원 빼내
- 차명계좌 50억 원 개인용도 사용
- 분양수수료 13억 원 장기대여도

부산 해운대구 초고층 엘시티(LCT)의 실질적인 사업자인 (주)청안건설 이영복(66·구속) 회장의 비자금 조성 혐의가 하나씩 드러나고 있다.

수백억 원대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구속된 엘시티의 실질적인 사업자 이영복 회장이 지난 12일 부산지검에서 조사를 받고 나오고 있다. 임경호 프리랜서 limkh627@kookje.co.kr

검찰은 14일 청안건설 박수근(53·구속기소) 대표와 이 회장이 공모, 특수관계회사 5곳을 동원해 560억 원가량의 막대한 자금을 빼돌리거나 가로챈 것으로 보고 이 회장을 집중 추궁했다. 검찰은 이 회장과 박 대표를 공범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이 회장이 부도 직전의 회사를 인수해 허위 용역을 체결하는 수법으로 군인공제회 등에서 거액을 대출받아 가로채고 ▷개발사업 자문 ▷개발기획 용역 ▷민원업무 처리를 명목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인수한 건축사사무소가 근원

이 회장과 박 대표의 비자금 조성 수법은 본지 취재진이 확보한 박 대표의 공소장을 통해 상당 부분 드러났다. 공소장을 보면 이들은 2009년 4월 종합건축사사무소 Y사를 인수해 실제 운영하면서 이 회사 명의로 엘시티 사업 용역을 허위로 수주해 계약하고 용역 대금이 들어오면 이를 청안건설과 특수관계회사인 G사 등의 회사 운영비로 사용하기로 마음먹었다.

그 뒤 P사와 체결한 150억 원대의 건설사업 관리 용역에 Y사도 끼워 넣었다. 이 회장 등은 이 같은 허위 용역계산서를 군인공제회에 제출해 용역비를 지급받는 수법으로 165억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2008년 엘시티PFV와 해운대관광리조트(엘시티의 전신) 토지 매수비용 대여 약정(총 3200억 원)을 한 뒤 2011년 12월 약정액을 3450억 원으로 증액했다. 이러한 대여금을 집행하기 위해서는 군인공제회의 엄격한 심사나 승인이 반드시 있어야 하는데, 이 회장은 Y사를 내세워 허위 용역계약을 해 군인공제회를 속였다고 검찰은 공소장에 적시했다.

특히 군인공제회와 엘시티 측의 대출계약 기간이 2011년 5월(연이자 9%)까지였지만 엘시티 측에서 이자도 내지 못해 수차례 기간이 연장됐다. 그러던 중 엘시티 측이 2014년 10월 31일 군인공제회에 지급해야 하는 대출이자 2379억 원을 면제받기로 하고 이듬해 1월 부산은행에서 3800억 원을 대출받아 군인공제회 대출 원금 3550억 원을 갚았다. 군인공제회가 대출금 이자를 받지 않아 손실이 발생했다는 점을 검찰이 공소장에 적시한 만큼 향후 이와 관련한 수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가족 명의 엘시티 분양…자문비도

이 회장은 청안건설의 또다른 특수관계사인 D사로부터 개발사업자문 및 민원업무 처리 명목의 용역비 6억6000만 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도 받고 있다. 또 개발기획 용역비 명목으로 7억7000만 원을 횡령한 혐의도 있다. S종합건축사사무소와 실제 420억 원인 설계용역 계약금을 480억 원으로 부풀려 계약했고, Y사에 설계컨설팅 용역 계약을 발주해 88억 원 상당을 가로챘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특히 박 대표는 가지급금 명목으로 회삿돈 50억 원을 빼돌려 차명계좌로 받았다. 검찰은 이 돈이 이 회장의 개인 용도로 사용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박 대표는 엘시티 분양대행수수료 14억 원 가운데 13억5000만 원을 이 회장에게 장기대여한 것으로 서류를 만들었다. 이 회장은 이 가운데 6억 원을 가족 명의의 엘시티 아파트 4채 분양대금(각 1억5000만 원)으로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 회장은 사흘째 소환 조사가 이뤄진 14일까지 상당수의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이 회장의 혐의 인정 여부는 확인해줄 수 없다"면서도 "전면적인 진술이 이뤄진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는 이 회장이 혐의 전체를 부인하는 것은 아니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송진영 기자 roll66@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