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페르시아의 부도는 중국에서 한자음을 따 포도(葡萄)가 되어 우리나라로 들어왔다.

옥죄어오며 점점 사라지는 포도밭

성경에서 노아는 포도주를 마시며 취해 벌거벗는다(창세기 9:20~21). 그리스신화에서 디오니소스는 나뭇가지를 새→사자→당나귀 뼛속에 담아 낙소스 섬에 심어 포도주를 빚는다. 그래서 술 마시면 처음엔 새가 지저귀듯이 수다스러워지고, 다음엔 사자처럼 사나워지며, 결국은 당나귀처럼 멍청해진다.

반면에 포도주는 예수께서 흘리신 피(寶血)를 상징한다. 이렇듯 속됨과 성스러움 사이를 통섭(通涉)하는 포도주는 가장 보편적 인류 최초의 술이다. 포도는 예로부터 세상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는 과일로 포도밭은 탐나는 땅이었다.

성경에서 아합 왕은 나봇의 포도밭을 빼앗는다(열왕기상 21). 소설 '아버지의 포도밭'에서 세 아들은 포도밭을 권력, 재물, 학문으로 바꾸려 한다. 리카르도(David Ricardo·1772~1823)는 그런 대체를 이론적으로 합리화했다. 그 예가 포르투갈의 포도주와 영국의 양모다.

서로 비교우위가 있을 때 한쪽에서 생산해 자유무역하면 양국 경제에 도움된다고 했다. 실제로 영국에선 인클로저운동으로 포도밭 등의 농작지는 양모를 얻기 위한 목초지로 바뀌었다.

부를 창출하는 경제적 플러스 관점에서 리카르도의 셈법은 맞다. 하지만 더 넓게 생태적 마이너스 셈을 하지 않아 틀렸다. 포도생산에 비교우위가 있는 칠레 등으로부터 포도가 수입되며 우리 포도밭도 많이 사라졌다. 21세기에 인클로저는 진행 중이다. 경제적 이익이 늘었다지만, 어떤 귀한 가치를 잃게 될까? 이익에 취하지 말고 머루 포도를 먹으며 가만히 생각하자.

경성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