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명화가 그림 잇단 진품 논란
- 감정사 안목·과학 동원 판별
- 위작의혹 그림 비싸게 팔리기도
- 예술의 가치 기준 고민해봐야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화가 고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는 오래전부터 진품이 아니라는 논란이 제기됐다. 그런데 최근 그 논란의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결과가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프랑스 유명 감정팀이 분석한 결과, 진품일 확률이 0.0002%에 불과하다는 것. 결국 천 화백의 작품이 아니라는 것이다. 미인도뿐만 아니라 국내외 미술계에서는 유명한 화가들의 작품에 대한 진품 논란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오늘은 예술작품들의 진품을 감정하는 기법과 배경에 관해 이야기해보자.

미술품의 '진품' 감별법은 '안목 감정'과 '과학 감정' 두 가지로 나뉜다. 사진은 서울 중앙지검에서 고 이중섭의 위작품을 공개하는 모습. 국제신문 DB

미술품의 '진품'을 감별하는 기법은 크게 '안목 감정'과 '과학 감정' 두 가지로 나뉜다. 안목 감정은 해당 분야의 오랜 경험과 지식을 갖춘 전문가가 작품의 기법, 재료, 색채, 서명, 출처, 소장과정, 전시회 자료 등을 분석해 진품인지 아닌지를 가려낸다.

최근에는 엑스레이, 가시광선, 적외선 분광분석기, 현미경 등 다양한 기술을 동원한 과학 감정 기법이 더 선호되고 있다. 사건 현장에서 첨단 기술을 동원해 수사를 진행하는 CSI가 있다면, 미술계에서는 과학 감정팀이 활약한다고 볼 수 있다. 다만 미술작품의 진품 여부를 판별하는 데는 오랜 시간과 노력이 요구된다. 그만큼 전문적인 기술과 세심한 검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안목 감정과 과학 감정이 병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위작 논란에 싸인 이중섭의 '물고기와 아이들(왼쪽)'과 천경자의 '미인도'. 국제신문 DB

미인도를 분석한 프랑스 감정팀이 천 화백의 작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린 결정적인 이유는 그림을 그리는 기법의 차이였다. 그의 작품은 선이 세밀하고 부드러운 곡선을 이루지만, 미인도는 선이 굵고 각진 형태를 띠고 있어 거친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이러한 결과를 도출하기까지 감정팀은 멀티스펙트럼 카메라를 동원해 천 화백의 기존 작품들과 미인도를 다각도로 촬영했고 이를 현미경으로 분석하는 과정을 거쳤다고 한다.

고 이중섭 화백도 위작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벌거벗은 아이와 물고기가 엉켜있는 '물고기와 아이들'은 이 화백의 대표작이기도 하지만, 위작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작품의 감정을 맡은 전문가들은 ▷이 화백 특유의 활달한 선과 생동감 등 회화적 특성이 부족하고 ▷물고기에 공통으로 나타나는 주둥이 양식과 다르며 ▷지느러미와 비늘 등 미세표현이 없다는 점에서 이 화백의 작품이 아니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화가 클로드 모네의 작품으로 알려졌던 '센 강둑의 마을'도 위작 판정을 받기까지 이와 같은 세밀한 검증 과정을 거쳤다. 독일 쾰른의 한 미술관이 소유하고 있던 이 작품은 전시를 앞두고 회화 보존전문가들에 의해 상태를 점검받던 중 유력한 위작의 증거가 발견됐다고 한다. 모네의 그림 방식은 처음부터 유화 물감으로 그려지지만, 해당 작품에서는 연필로 그려진 밑그림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오래된 그림처럼 보이기 위해 투명 바니시 성분이 발견됐으며, 다른 물감으로 만들어진 2개의 서명도 적발됨에 따라 결국 위작이라는 판정을 받게 됐다.

반면 위작 논란에 휘말렸다가 진품 판정을 받은 아슬아슬한 사례도 있었다. 바로크 화풍의 거장 얀 베르메르의 작품 '버지날(virginals)'의 경우 위작이라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유명 경매회사인 소더비 사에서 안료와 캔버스를 자세히 분석한 결과 그 성분이 루브르 미술관의 진품과 유사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그러한 진품 판정을 받기까지는 무려 11년이라는 긴 시간이 소요됐다고 한다.

이처럼 국내외 미술계에서는 소위 내로라하는 유명 작가들의 작품이 끊임없이 위작이라는 구설에 휘말리고 있다. 그런데도 위작 논란이 일고 있는 빈센트 반 고흐의 대표작인 '해바라기'의 7번째 작품은 1987년 크리스티 경매에서 4000만 달러라는 어마어마한 가격에 낙찰되기도 했다. 그래서 미술계에서는 지금도 전문위조범이나 그림을 공부하는 이들이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베껴서 내다 파는 '모사품 시장'이 암암리에 형성되고 있다.

진품인지 위작인지를 떠나서 감상하는 이들이 작품에 대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작품의 원작자에 대한 권위와 명예도 놓쳐서는 안 되는 부분이다. 미술작품의 가치가 누구의 관점에서 매겨지는지에 대해 고민할 부분이다.

박선미 사회자본연구소 대표
김정덕 한국언론진흥재단부산지사 NIE강사


■생각해 볼 점

국내외에서 미술작품의 진품과 위작 논란은 끊이지 않는데요. 논란의 원인과 배경에 관해 이야기해볼까요?

-미술작품의 진품 감별 기법은?

-국내외에서 위작논란이 된 대표적인 작품들은?

-왜 유명 화가들의 작품에는 위작이 많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