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 12일 안전처 지침 하달에도
- 경찰·소방당국 협조도 못 받아
- 공공기관·학교 보여주기 그쳐
- 시 "준비기간 짧았다" 변명만
19일 오후 2시10분께 부산 연제구 부산시청 뒤편 등대광장. 공무원들이 서로 담소를 나누며 무리를 지어 모여들었다. 실제 지진발생을 가정한 훈련이라고는 볼 수 없을 정도로 대부분 여유가 넘쳤다. 한 공무원은 취재진에게 "청사 내부 훈련을 끝내고 등대광장으로 대피하는 중"이라면서도 소걸음을 했다. 등대광장 주변에서 벤치에 앉아있던 김모(73) 씨가 "민방위훈련이 끝나고 모두 산책 나온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을 정도다.
국민안전처가 경주 지진을 계기로 실시한 민방위의 날 지진 대피 훈련이 보여주기에 그쳤다는 비판이 높다. 이날 훈련은 공공기관과 어린이집·유치원·초·중·고교가 대상이었다. 부산시·부산시교육청과 자치단체도 훈련에 참가했지만 긴박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교육현장은 특히 혼란을 겪었다. 지진 대피교육이 가장 필요한 부산 초등학교는 13개교만 전교생이 훈련에 참여했다. 나머지 290여 개 학교는 훈련 시작 전에 저학년 학생들을 하교시켰다. 민방위훈련이 진행되는 동안 운동장에서 공을 차거나 노는 아이도 많았다. 실제로 이날 오후 2시께 영도구의 한 초등학교에는 하교하는 학생들이 교문을 빠져나왔다. '지진대피예보 발령' 방송과 함께 사이렌이 울렸는데도 학생들은 운동장에서 놀이를 하는 등 평소처럼 행동했다. 이들을 지도하는 교직원은 보이지 않았다. 일부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야외 활동을 벌인 곳도 있었다.
동래구 B초등학교의 경우 방과후 수업을 받기 위해 남은 학생들은 사이렌이 울리자 책상 밑으로 대피하고, 운동장에서는 아이들이 노는 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저학년은 평소 마치는 시간대로 하교했고, 방과후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학생과 고학년은 민방위 훈련에 참가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혼란은 안전처가 훈련 사실을 전국 지자체에 늦게 전달한 탓이 크다. 안전처는 지난 12일에야 훈련지침을 내려보냈다. 부산시는 주로 16개 구·군의 지자체 청사나 인근 운동장을 지정해 훈련을 계획했지만, 경찰과 소방당국의 협조조차 얻지 못했다.
반면 서울시는 이날 철거 대상 아파트 68개 동에서 복합재난 상황에 대비해 민·관·군·경·소방 등 3400여 명이 참여해 역대 최대 규모로 훈련을 벌였다. 시민봉사단체와 학생 등 일반인도 다수 참여했다. 양산단층의 직접적인 영향권에다 고리원전까지 있는데도 느긋한 부산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준비기간도 너무 짧았고 관련기관의 협력이 부족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영경 박장군 기자 yk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