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재 연기 위로 올라오는 속도
- 사람 계단 대피보다 12배 빨라
- 사다리차 등도 진압 도움 안돼
초고층 건물 화재 때 인명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승강기를 타지 말아야 한다는 일반적인 권고를 뒤집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람이 계단을 통해 아래로 내려오는 속도보다 연기가 위로 올라가는 속도가 12배 이상 빨라 건물 외벽에 피난용 승강기 설치가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16일 부산소방안전본부 합동연구반은 '초고층 건축물 재난 환경변화에 따른 대응방안' 논문을 통해 "고가 사다리차와 위로 물을 쏘는 일반 펌프차는 15층 높이까지만 활용할 수 있고, 소방헬기도 바람(하강풍) 때문에 초고층 건물 화재 진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특히 고층에서 계단으로 내려오는 속도보다 연기가 위로 올라가는 속도가 12배 이상 빨라 사실상 현재의 방재시스템으로는 초고층 건물 화재 대응력이 떨어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소방관이 계단으로 올라가 불을 끄는 것도 30층 이하에서만 가능한 것으로 분석했다.
연구반은 이에 따라 화재피해를 최소화하려면 비상시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말라는 일반적인 권고와 달리 피난용 엘리베이터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불이나 연기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콘크리트와 방화문으로 둘러싼 외벽에 피난용 승강기를 설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책임연구자인 정창영 해운대소방서장은 "비상용 승강기 설치가 의무화돼 있지만, 화재 발생 때 정전으로 작동이 멈추거나 연기가 들어갈 우려가 있다"면서 "이 때문에 건물 외벽에 불연재와 자체 발전으로 전원 공급이 가능한 피난용 승강기를 설치해 화재 영향을 받지 않고 운영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반은 또 스프링쿨러 등에 물을 공급하는 옥상 수조가 고갈되는 상황에 대비해 초고층 건물에는 소방용수 전용관을 설치해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010년 10월 부산 해운대에서 발생한 38층짜리 건물 화재 때 옥상 수조가 고갈돼 고층이 모두 타는 피해를 봤다. 이와 함께 준초고층 건물에 직통 계단을 설치하면 피난안전구역을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는 기준을 바꿔야 한다고 제기했다. 초고층 건물에는 피난안전구역을 30층 마다 최소 1개소 이상 의무 설치해야 하지만 준초고층 건물에는 직통 계단을 넓히면 피난안전구역을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
한편 지난해 기준 전국 아파트를 포함한 30층 이상 준초고층 건물은 부산지역 326채(전국의 24%)를 포함해 모두 2541채다. 50층 이상 초고층 건물은 부산 28채(30%) 등 총 85채다.
김영경 기자 yk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