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직자 '쪼개기' 유혹에 흔들

- 돌잔치 가족모임으로 축소

- 화환업계 주문 급감 된서리

공무원 A(56) 씨는 2일 가족 모임까지 취소하고 동료 자녀의 결혼식에 참석하고도 마음이 편치 않다. 동료가 자신의 자녀 결혼식에 축의금 20만 원을 줬던 터라 자신도 비슷한 금액을 주기로 마음먹었으나 김영란법 시행으로 축의금 기준이 10만 원으로 정해저 실행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A 씨는 "괜히 나만 더 받고 덜 주는 얌체가 된 것 같아 걱정이 크다"고 털어놨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 이후 처음 맞은 주말 결혼식장 주변 풍경이 확연히 달라졌다. 축의금과 조의금, 화환 등을 포함한 경조사비 기준이 10만 원으로 제한됐기 때문이다. 공무원 B(36) 씨는 "친구이자 동료의 결혼식에 축의금 10만 원만 내려니 머쓱했지만, 구설에 오르는 것보다 낫다고 판단해 우선 맞춰 냈다. 그 대신 따로 밥을 살 생각"이라고 말했다.

난감한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편법을 동원하는 이들도 있었다. 공공기관 직원 C(57) 씨는 "동료가 내 자녀 결혼식에 20만 원을 했는데 10만 원만 줄 수 없어 아내 이름으로 10만 원을 더 하기로 했다. 편법이라고 해도 동료의 얼굴을 보려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10만 원 이상의 축의금을 받은 혼주 역시 축의금 기록장에 10만 원으로 낮춰 적거나 기록을 남기지 않기도 했다. 대학교수 D(62) 씨 역시 "한국사회에서 결혼식 축의금은 품앗이 성격이 강해 내가 얼마를 받았으면 상대에게 그만큼 돌려줘야 한다는 보상심리가 있다. 괜히 밉보이는 것보다 편법을 쓰는 것이 더 낫다"고 이를 옹호했다. 

김영란법이 시행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라 조심하는 분위기도 역력했다. 다음 주 동료의 결혼식에 참석하는 한 공무원(여·31)은 "입사 동기들끼리는 10만 원 정도 축의금을 내고 따로 돈을 모아 필요한 선물을 해줬는데 법 시행 초기라 이번에는 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역시 다음 주 직장 상사 자녀의 결혼식 소식을 들은 또 다른 공무원(35)은 "가족 명의로 축의금을 쪼개기 해서 내면 된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남의 결혼식에 문제가 생길까 봐 양해를 구하고 기준에 맞춰 축의금을 낼 생각"이라고 털어놨다.

돌잔치 등 잔치를 앞둔 이들도 사정이 비슷하다. 공무원 남편을 둔 E 씨는 "다음 달 아들 돌잔치를 위해 예약한 뷔페 연회장을 가족식사 방으로 변경하고 미리 준비한 답례품도 주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행사가 축소 진행되면서 화훼업계는 속앓이를 하고 있다. 동구 범일동 꽃시장의 한 상인은 "주말이면 화환 주문이 10건 정도 들어왔는데 이번 주말은 1건뿐"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권용휘 안세희 기자 rea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