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청컴퓨터 켜면 매뉴얼 떠

- 권익위 위반 1호 신고 접수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김영란법)' 시행 첫날인 28일 공공기관 곳곳에서 변화의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었다.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으려고 구내식당을 찾는 이가 많았고, 김영란법 공부를 위해 스마트폰 앱을 찾는 이도 부쩍 늘었다.

■구내식당 북적북적

이날 낮 12시 부산시청 3층 구내식당. 공무원과 외부 방문객으로 늘 북적이는 이곳이 평소보다 훨씬 더 붐벼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점심 배식이 시작되자마자 공무원석(730석)이 금세 차 조금 늦게 온 공무원들이 줄을 서며 대기했다. 식당 측은 이날 김영란법 시행 이후 직원끼리 구내식당을 찾는 이가 많을 것으로 예상돼 평소(1050인분)보다 100인분 더 준비했으나 이마저 금방 동이 났다. 식당 측은 하루 평균 구내식당을 찾는 이가 1099명이었으나, 이날은 1250명으로 13.8% 늘어난 것으로 집계했다. 공무원 장모(46) 씨는 "김영란법 시행 전에 약속을 앞당겨 모두 소화하고 오늘부터 구내식당을 이용하기로 했다"면서 "불필요한 오해를 사는 것보다 이곳이 마음 편하다"고 말했다. 

반면 공공기관 주변 고급식당은 한산했다. 동래구의 한 일식집 관계자는 "오늘부터 예약이 뚝 끊겨 법 시행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점심 후 직원끼리 모여 커피를 마실 때도 각자 계산하는 더치페이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동료 직원에게 커피를 사줘도 법에 걸릴 수 있다는 얘기가 나도는 탓이다. 커피 전문점 종업원 이모(여·25) 씨는 "평소 한 사람이 2, 3명의 커피값을 냈는데 오늘은 각자 카드를 내미는 경우가 많아 계산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김영란법 공부하자

아직 정확한 매뉴얼이 마련되지 않아 김영란법을 자주 접하며 공부하려는 이들도 늘었다. 부산 중부경찰서는 직원들이 김영란법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자체적으로 스마트폰 앱 '알기 쉬운 김영란법'을 개발해 배포했다. 앱에는 김영란법 관련 법령, 벌칙조항, 사례, 112신고 접수 요령 등이 담겨 있다. 각 구청에서도 매일 아침 컴퓨터를 켜면 자동으로 팝업창이 떠 김영란법의 부정 청탁 유형 등을 볼 수 있도록 해 열심히 공부에 동참하는 분위기다. 시 역시 국민권익위원회 매뉴얼을 토대로 소책자를 만들어 전 부서에 배포했으며, 부산시교육청은 '아이 같은 반 친구들에게 간식을 돌려도 되나' 등 사례별로 법 적용 사안을 점검하고 홈페이지에 올리고 있다. 

김영란법 관련 앱도 출시되고 있다. 'Root&Tree'가 출시한 '본격 김영란법 사용설명서'는 청탁금지법 맞춤형 앱으로, 법 관련 정보뿐 아니라 자가 체크와 식사 일지 작성 기능을 추가해 이용자의 편의를 높였다. 식사 금액 허용 한도인 3만 원 미만의 맛집을 모은 앱도 출시를 앞두고 사전 체험 서비스가 진행되고 있다.

김영란법과 관련된 첫 신고가 접수됐다. 이날 오후 5시30분 한 대학생은 "취업한 졸업 예정자의 수업 불참을 학교 측이 묵인해주고 있는 것은 부정청탁"이라며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했다.

국민권익위 측은 "법 시행 이전에 발생한 사안이어서 법 적용의 타당성을 검토해야 하지만 이 대학생의 신고를 첫 신고로 접수했다"고 밝혔다.

  김현주 권용휘 민경진 기자 kimhj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