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법(김영란법)이 28일부터 시행되면서 법 위반자를 신고하거나 수사하는 데 관심이 쏠린다. 검찰은 '법 위반자를 찾아 나서지는 않겠다'는 수사 원칙을 발표했다. 법원은 고발인 등에게 엄격한 혐의 입증을 요구할 방침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엄격하면서도 신중한 입장을 보인 것이다.

대검찰청은 "원칙적으로 신고가 들어온 사건을 수사한다는 방침"이라며 "다른 혐의 없이 김영란법 위반 행위를 밝혀내기 위해 수사권을 발동하진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법 위반 혐의만으로 검찰이 직접 인지수사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취지의 설명이다. 무차별적인 신고의 경우 무고로 처벌할 수 있다는 강경한 원칙도 내비쳤다. 대검은 "근거 없이 익명으로 누군가를 모함하기 위해 신고하면 내용에 따라 무고로 단속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법 위반자의 처리는 일반 고소 고발 진정사건과 동일하게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법원은 행정기관이 부과하는 일반 과태료와 이에 대한 이의재판과 달리 법원이 과태료를 부과하는 김영란법 관련 재판에서는 적발 기관이나 고발인 등에 피고인 혐의와 관련해 명확한 증거 요건과 사실의 엄격한 증명을 요구할 방침이다.

이를 제대로 증명하지 못하면 처벌하지 않거나 '각하'에 준하는 선고를 내리는 방안을 마련하고, 법 제정 취지를 감안해 재판 단계에서 충분한 입증을 끌어낼 수 있는 방안도 함께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권익위원회와 각 적용대상 기관의 이 법 가이드라인이 모호한 상태에서 김영란법의 '직무 관련성' '사회상규' 등은 해석상 논란을 불러올 여지가 농후하다. 결국 법원의 판단과 이를 통해 구축된 판례가 이 법의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될 수밖에 없다.

부산경찰청도 단속보다 각종 신고와 제보가 들어오면 상황별로 대처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영란법 위반 사례는 서면 접수가 원칙이라 신고자가 직접 서류 작성과 증거를 제시하면 법리 해석과 수사 여부를 판단하겠지만, 일부러 현장에 나가 단속하는 것은 최대한 자제하겠다는 얘기다. 부산경찰청 박화병 수사1과장은 "신고가 들어오면 사례를 보고 상황별로 대응하며 수사 유형을 구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공공기관 등은 청탁방지 담당관을 지정해 신고 접수를 처리하고 조사한다. 접수는 해당 기관 홈페이지나 민원실 등에서 이뤄진다. 감사원도 홈페이지에 메뉴를 신설했다. 검찰과 경찰은 일반 사건 접수와 동일한 방식으로, 국민권익위는 홈페이지와 방문 접수를 통해 신고받는다. 부정청탁이나 금품수수와 관련해서는 일반인뿐 아니라 '공직자 등'도 자진 신고할 수 있다. 송진영 김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