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민 공모로 이름까지 붙여

27일 부산 동래구 온천천관리사무소에서 두 달 만에 다시 만난 오리 삼형제는 어느새 사람 무릎까지 커 있었다. 특히 가장 몸이 약했던 막내 '세찌'의 키가 가장 컸다.

	부산 동래구 온천천관리사무소 직원들이 27일 동래구 수안동 온천천 세병교 아래에서 인공부화해 키운 오리 삼형제를 방사하고 있다. 백한기 선임기자 baekhk@kookje.co.kr

사무소 직원 3명은 정들었던 오리를 한 마리씩 나눠 들고 온천천으로 향했다. 이들은 물가에서 오리 삼형제를 풀어줬지만, 오리들은 다시 뭍으로 올라와 곁을 떠나지 않았다. 한참의 실랑이 끝에 결국 온천천으로 돌아갔다.

온천천에서 알로 발견돼 사람 손을 거쳐 부화에 성공했던 '온천천 오리 삼형제'(본지 지난 7월 30일 자 6면 보도)가 자연의 품으로 돌아갔다.

동래구는 이날 '온천천 오리 삼형제'를 온천천 세병교 하부에 방사했다. 이들은 지난 7월 말 온천천 인공섬에서 발견돼 온천천관리사무소에서 직원의 극진한 보살핌 속에 성장해왔다. 본지 보도 후 진행된 이름 공모에서 '한치', '두치', '세찌'라는 귀여운 이름도 얻었다.

그동안 온천천관리사무소 직원 4명은 사비로 사료와 양배추 등을 사 오리들에게 주었다. 물을 좋아하는 삼형제를 위해 수조를 사서 물놀이도 시켜주고, 손수 씻겼다.

다른 오리들과 구분할 수 있도록 방사 전 이름을 적은 야광 발찌를 채웠다. 현재 온천천에는 총 12마리의 오리가 세 무리로 나눠 각자의 구역에서 살고 있다.

오리를 손수 키웠던 '오리 아빠' 동래구 이판근 주무관은 떠나간 오리 삼형제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는 "친자식을 출가시키는 기분이다. 그간 정도 많이 들었지만 자연으로 돌아가도록 놓아주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박호걸 기자 rafae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