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청-부품업체 생산 연동 탓
- 1~3차 협력사들도 납품 차질

올해 임금협상과 관련한 현대자동차 노조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현대차에 납품하는 협력업체들이 고사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협과 관련해 회사를 압박할 목적으로 추석 연휴에서 복귀한 이후 21일부터 또다시 파업에 돌입했다. 이날 1, 2조 근무조에 투입된 노조 조합원들이 각각 4시간 부분파업을 벌인 데 이어 22일에는 6시간, 23일은 4시간씩 등 사흘 연속 부분파업을 계속하기로 했다.

노조는 지난 5월부터 시작한 올해 임협 과정에서 지금까지 총 26차례 파업(특근 거부 포함)을 했다. 이에 따른 회사의 생산차질은 9만2500여 대, 금액으로는 2조400억 원 정도로 추산된다. 더 큰 문제는 파업으로 현대차 생산라인 가동이 중단되면 협력업체 납품도 함께 중단된다는 데 있다. 자동차 제조 방식이 원청사(현대차)와 부품업체들의 생산라인이 연동되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원청사 파업으로 협력업체들은 공장을 돌리지 못하더라도 인건비 등 고정비용은 평소처럼 지출할 수밖에 없다. 가만히 앉아서 비용만 지출되는 상황이다. 이렇게 되면 자금력이 약한 협력업체들은 도산 위기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특히 울산과 경북 경주, 경남 양산 등지 협력업체들은 현대차에 대한 납품 비중이 절대적이다. 현대차 파업의 정도에 따라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할 수 있다. 경주 외동공단에서 2차 협력업체를 운영하는 이모(70) 씨는 "현대차 납품 비중이 75% 정도여서 노조가 파업하면 사실상 공장이 올 스톱된다. 파업이 계속된다면 더는 회사를 운영하기도 벅차 휴업까지 고려하고 있다"며 한숨지었다.

이 회사뿐만이 아니다. 상당수 2, 3차 협력업체들이 파업 장기화 시 휴업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럴 경우 해당 협력업체 근로자들은 임금 손실 등 큰 타격을 받게 되는 것은 물론 심할 경우 실직할 수도 있다.

실제로 현대차 노조의 파업으로 말미암은 납품 차질액은 1차 협력업체만 따져도 1조 원 정도 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다 2, 3차 협력업체까지 포함하면 납품 차질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현대차 협력업체는 울산지역에만 1차 40여 개, 2차는 500여 개 정도 있으며, 이들 업체 근로자 수는 3만 명에 이른다. 울주군 상북농공단지 내 한 협력업체 근로자 장모(43) 씨는 "현대차 직원들은 협력업체 근로자의 2~3배가 넘는 임금을 받는다. 그런데도 이들은 여기서 더 내놓으라며 잇달아 파업을 벌인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가 떠안는 꼴이다.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과 복지 수준에도 원청사가 잘되면 우리도 잘된다는 생각으로 묵묵히 일했는데, 너무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방종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