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교 졸업 후 매일 읽어
- 폐간·복간호도 보관 중
- 남들보다 빨리 보고싶어
- 12년전 보급소 옆으로 이사

- "칼럼·사설 날카롭고 통쾌
- 세상 속 이정표 돼줬다"

"조금이라도 빨리 신문을 보고 싶어 이사도 못 합니다."

국제신문 평생독자 박봉주씨가 31일 부산 동래구 사직동 자택에서 복간호를 들어보이고 있다. 김성효 기자 kimsh@kookje.co.kr

국제신문 55년 독자 박봉주(75·부산 동래구 사직동) 씨는 고교를 졸업한 후 31일까지 아픈 날을 제외하고 하루도 빼놓지 않고 신문을 읽었다. 1980년 11월 25일 자 폐간호와 1989년 2월 1일 자 복간호는 소중한 재산으로 여기며 간직하고 있을 정도로 열혈 독자다. 경남·울산 지역에 출장 갈 때는 판매대를 뒤져서 신문을 샀고, 다른 지역에 갈 때는 가족에게 "신문을 꼭 챙겨 달라"고 부탁했다. 신문을 남들보다 빨리 보려고 12년 전부터 국제신문 보급소 옆으로 이사했을 정도다.

"1980년 부산 최고의 신문이 폐간됐을 때는 내 눈이 닫혀버렸다는 느낌이 들어 몹시 낙담했습니다. 8년이 지나 복간한다는 소식을 듣고는 반가운 마음에 앞뒤 안 가리고 신문보급소를 하겠다고 나섰습니다. 하지만 개인 사정으로 중간에 사업을 포기했습니다."

박 씨의 일과는 2시간 정도 신문을 정독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박 씨는 6년 전 백내장 수술을 받고도 신문 읽기를 멈추지 않았다. 70대 중반임에도 소일거리로 광고와 영화·방송 보조 출연자로 나설 정도로 건강하다. 그는 "세상의 흐름을 이해하기 위해서 국제신문이 꼭 필요했다"며 "국제신문은 늘 이정표와 같은 존재였다"고 회고했다.

박 씨는 국제신문을 '잘 차려진 성찬'이라고 평가했다. "꼭 알아야 할 뉴스와 이면에 담긴 사실, 생활 정보들을 선별해 차려 놓은 밥상과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55년 매일 점심과 (1997년 5월 1일 조간 전환) 아침에 성찬을 받았으니 복 받은 셈입니다." 대화를 지켜보던 박 씨의 부인은 "그래서인지 다른 사람이 신문을 먼저 보는 것을 마뜩잖아했다"고 거들었다.

박 씨는 연재소설이 없어진 것을 아쉬워했다. 밥상으로 치면 고기반찬 하나가 빠진 셈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한국추리소설의 대부인 김성종 씨 등 걸출한 작가들이 국제신문에 소설을 연재했다. '다음 날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까'하고 기다리는 맛이 있었다"고 과거를 떠올렸다.

박 씨는 그동안 신문이 계속 발전해왔다고 보고 있다. 박 씨는 "20, 30년 전만 해도 가끔 얼렁뚱땅 쓰는 기사도 보였다. 요즘은 출처를 밝혀 사실 확인에 더욱 공을 들인다는 생각이 든다"고 진단했다.

가장 경쟁력 있는 지면으로는 국제신문의 칼럼과 사설을 꼽았다. 박 씨는 "정교한 논리와 촌철살인과 같은 언어로 세상을 꼬집어 통쾌하다. 칼럼을 곱씹어 읽다 보면 정신도 맑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지인에게도 국제신문 읽기를 권하고 있다. 그는 "세상에 어렵고 힘들게 사는 사람들이 많다. 신문이 이 사람들에게 희망을 줬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권용휘 기자 rea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