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적성검사 강화 등 후속조치 필요
일주일 새 부산에서 발생한 두 건의 교통 참사는 어딜 가나 뜨거운 이야깃거리였다. 뇌전증(간질)으로 기억이 없다고 주장하는 운전자는 해운대구에서 24명의 사상자를 냈고, 60대 남성은 남구 도로를 달리다 트레일러를 받아 가족 4명을 잃었다.
서울 지인은 휴가 때 부산행을 계획했는데 정말 교통 사정은 괜찮은 것인지 걱정하며 내게 물었다. 지진 괴담에 이어 안타까운 사건이 연달아 터지면서 전국에 부산이 부정적 이미지로 알려진 셈이다. 여름 휴가 성수기에 부산 경제가 침체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해운대 교통사고를 조사 중인 경찰은 가해자의 말에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1차 추돌 후 600m 구간을 차량을 요리조리 피해 주행하고 네 번이나 차선 변경을 했기에 의식이 있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해운대경찰서 이익환 교통조사계장은 "조사 초기에 여론이 뇌전증에만 집중해 뺑소니 부분이 묻혔다. 브레이크 결함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사고 원인이 어떻게 밝혀지든 이 사고로 뇌전증 환자의 운전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치매나 알코올중독, 고혈압, 당뇨 등도 맥락이 같다. 운전 중 의식을 잃거나 발작을 일으켜 무고한 수많은 이의 생명을 앗아가는 '도로의 흉기'가 될 수 있다는 거다.
우리나라에는 이들의 운전면허 취득과 갱신을 제재할 수 있는 제도가 없다. 적성검사에 나선 질환자 스스로가 치료 사실을 알리면서 질병 기재란에 표시하지 않으면 경찰이나 도로교통공단이 어떤 제재도 가할 수가 없다.
일본과 미국 등에서는 이런 질환을 앓으면 아예 운전을 금지하도록 법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도 운전면허제도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우려도 있다. 당뇨와 고혈압을 함께 겪는 뇌전증 환자가 낸 교통사고 한 건을 놓고 뇌전증 환자 전체가 심각한 질환자인 것처럼 마녀사냥을 하는 식으로 몰아가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내에는 30만 명의 뇌전증 환자가 있고 대다수 약물로 충분히 관리할 수 있다고 신경전문의들은 조언한다.
도로교통공단 부산지부 최재원 교수는 "운전면허증을 내주더라도 이들 환자가 3개월 또는 6개월 단위로 주치의의 소견서를 경찰 등에 제출해 문제가 없을 때 면허를 갱신하는 방안도 있다"고 제안했다.
김화영 사회 1부 기자 hongda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