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록우산 어린이재단·한국수력원자력(주) 고리원자력본부·부산광역시교육청·국제신문 공동기획

지환(15·가명)이는 어릴 때부터 순하고 잘 웃는 아이였다. 산만할 때도 간혹 있었지만, 중학교 들어와서도 학교 적응에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올해 중학교 3학년이 되면서부터 학교에 잘 적응하지 못했다. 친구들 얼굴을 보기 싫어지는 등 모든 것이 귀찮아졌다. 본래 게임을 잘하지 못했던 지환이는 밤낮 가리지 않고 게임을 해댔다. 인터넷을 끊어도 마찬가지였고, 심하게 혼을 내도 돌아오는 건 가족을 향한 분노였다.

지환이 가정은 몇 년 전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하면서 어머니가 식당에서 일하며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 아버지가 일용직 일을 하지만 올해 들어 사고와 부채 등이 겹쳐 부부싸움이 잦아졌고 가정의 냉랭한 분위기는 지환이를 더욱 인터넷 중독으로 빠져들게 했다.

현재 상황에 불안을 느낀 탓인지 지환이는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며 이야기하는 것을 싫어한다. 언제부턴가 친구들 얼굴을 보기 싫어하고 밥도 같이 먹으려고 하지 않아 선생님과 밥을 먹는 날이 많아졌다. 담임 선생님의 권유로 지난 4월 병원에서 검사한 결과 지환이는 집중의 어려움, 학교 거부, 게임 중독, 우울감을 호소하는 상태로 정신의학적 치료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환이는 학교에서는 지적장애로 중학교 수업을 따라가는 것이 어렵고, 말이 통하는 친구가 점점 줄고 있다. 집에서는 가정불화로 마음을 의지할 곳이 없어 게임에만 빠져있다. 요즘 들어 가상현실과 실제를 구분하지 못하고 분노 조절이 되지 않아 극단적인 이야기도 서슴지 않는다고 한다. 학교를 빠지는 날도 늘어나고 집에만 틀어박혀 있다 보니 중학교 3학년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말랐다. 인터넷 중독으로 식욕도 없고 수면도 규칙적이지 않아 하루빨리 치료가 필요하지만 돈이 없어 치료는 엄두도 못 낸다.

이런 지환이를 보며 어머니는 안타까운 마음에 매일 눈물로 지내고 있다. 어린이재단 관계자는 "가정 소득이 최저생계비 이하여서 지환이를 치료할 수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 이렇게 도움을 주셨습니다

본지 지난달 18일 자에 소개된 혜민이가 정서적 안정을 되찾길 바라며 한국수력원자력(주) 고리원자력본부에서 심리·정서치료비를 지원했습니다.

▶문의 (051)505-3117~8 후원계좌=국민은행 6585 9011 003764 예금주 어린이재단

최승희 기자 shchoi@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