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오후 수영강으로 시커먼 물이 유입돼 부산시가 조사에 나섰다.

조사 결과 며칠 새 갑자기 내린 폭우를 하수관이 감당하지 못하면서 생활하수와 빗물이 수영강에 흘러들어 간 것으로 파악됐다. 환경단체들은 수영강에 유입된 생활하수가 해운대·광안리해수욕장까지 흘러들어 갈 수 있다고 지적했지만, 시는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난 2일 오후 3시30분 부산 수영구에 굵은 빗줄기가 퍼붓기 시작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동부산권 강수량은 51㎜로 비의 양이 많지 않지만 짧은 시간 집중해서 내렸다. 갑작스러운 스콜성 폭우는 수영강 측면에 매설된 하수관으로 유입됐다. 폭발적으로 유입되는 빗물을 감당하지 못한 하수관은 생활하수와 섞인 빗물을 수영강으로 뿜어냈다.

더 큰 문제는 수영강의 물은 해류를 따라 인근 해운대·광안리해수욕장으로 흘러들어 간다는 점이다. 수영강에 생활하수가 유입된다는 사실을 시에 신고한 (사)바다살리기 국민운동 부산의 박민규(58) 환경처장은 3일 "하수처리장으로 가야 하는 더러운 물이 수영강을 통해 해수욕장에 흘러드는 것은 입욕객에게도 해롭다"며 "하루빨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시는 1990년부터 부산 전체 하수관로 분류화 사업을 진행 중이다. 빗물과 생활하수를 분리하지 않고 한데 섞어서 보내는 기존의 합류식 하수관로를 각각 흐르게 하는 분류식으로 교체하는 사업이다. 이렇게 되면 폭우가 오더라도 빗물만 강으로 유입돼 오염을 막을 수 있다.

전체 사업은 2030년에 끝날 예정이지만, 수영강은 2022년까지 합류식 하수관로를 분류식으로 교체하기로 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회동댐에서 수영하수처리장까지 이르는 일대 모든 하수관을 교체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총 3220억 원을 투입해 265㎞에 이르는 하수관을 교체해야 한다. 현재 60%가량의 하수관로를 교체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환경단체들은 장기적인 대책뿐만 아니라 단기적인 대책도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박 처장은 "입욕객의 건강을 위해 하수관로와 수영강 사이에 임시 저류조를 설치하거나, 입욕을 금지하는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호걸 김민주 기자 rafae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