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보성 취재엔 발전소 개방
- 시찰 중 한수원 불신 쏟아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10명이 21일 오후 부산 기장군 고리원자력본부를 찾았다. 부산 남구을이 지역구인 박재호 의원이 자신이 속한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에 제안해 마련된 자리였다. 산자위는 아니지만 부산 출신 최인호·김해영 의원도 동행했다. 최근 울산서 발생한 지진으로 원전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자 안전성을 살펴보겠다는 취지에서다.
이들 의원은 고리원전 1·2호기의 지진 안전시설인 차수문과 해안방벽, 이동형 발전차량 등을 둘러봤다. 발전소 주제어실과 신고리 5·6호기 건설현장도 찾았다.
고리원전은 '지진에 끄떡없다'며 안전을 재차 강조했다. 고리원전 측은 "지진 여파로 쓰나미가 발생해도 8m 높이의 차수문이 막아준다. 발전소 전원이 꺼져도 이동형 발전차량이 가동된다"고 안내했지만, 의원들은 "이론만으로는 불안을 잠재울 수 없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거 원전을 찾은 속내는 신고리 5·6호기 건설 반대였다. 이들은 현장시찰에 앞서 고리본부 회의실에서 고리원전에 대한 현황보고를 받고 질의응답을 진행했다. 제일 큰 화두는 '다수호기의 확률론적 리스크평가(PSA)'였다. PSA는 원전서 발생하는 사고 가능성 등을 확률적으로 정량화하는 평가 방식이다.
의원들은 한수원 등이 고리원전 단지에 대한 PSA를 2019년 2월에 끝내기로 한 만큼 신고리 5·6호기 건설은 그 이후 진행하자고 주장했다. 박재호 의원은 "캐나다에서 8기까지 원전을 지으려다 너무 위험하다고 판단해 2기의 추가 설치를 포기했다"며 "PSA 전에 신고리 5·6호기 건설은 절대 반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현장에서 '안전하니 믿으라'고 하는 한수원에 대한 의원의 불신이 가득했다. 고리원전은 이날 현장시찰 1시간 전까지만 해도 기자의 동행 취재를 불허했다. 보고회에만 참석하라는 방침을 통보했다. 이에 "의원에게 공개하는 곳을 비공개할 이유가 없다"고 항의하자 고리원전은 "국가주요시설이기에 기자 출입을 허락할 수 없다. 이는 윗선의 방침"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러나 고리원전을 비롯한 한수원은 그간 홍보성 기사 취재에는 적극적으로 발전소 문을 개방해왔다. 기자는 지난해 5월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마련한 현장연수를 통해 고리원전 3호기 주제어실과 월성원전 내부, 경주 중저준위방폐장 등을 무리 없이 취재했다. 국가주요시설이라서 통제를 한다는 것은 애초 핑계였다.
최수영 반핵부산시민대책위원회 공동집행위원은 "야당 의원과 동행 취재에 비판적인 기사가 나갈까 봐 의도적으로 취재를 막은 것"이라며 "원전은 늘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주려 하기 때문에 새삼스럽지 않다"고 비판했다. 안전하다고만 하는 원전을 믿어도 좋은 걸까. 원전 10기가 몰려도 끄떡없다는 그 말은 진짜일까.
김화영 기자 hongda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