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양대 올해 절반 조선업 진출
- 부경대엔 빅3 추천서 뚝 끊겨

- 당장 내년 신입생 급감 전망에
- 구조조정 1순위 거론되는 수모
- 부산대도 향후 정원조정 고려

"졸업생의 90% 이상이 대기업에 취직해 다른 학과의 부러움을 샀는데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어요. 부산을 대표하는 대학의 간판 학과가 조선업 구조조정 태풍 앞에서 속수무책입니다."

18일 부산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의 말이다. 2000년대 들어 국내 조선산업이 불붙기 시작하면서 매년 우수한 학생들이 취업이 잘되는 지역 대학의 조선해양공학과로 몰려들었고, 졸업생의 90%가 '조선 빅3'(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에 취업하는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올해 조선업계 채용 시장이 급속히 얼어붙으면서 대학은 학생들에게 다른 업종이나 해외취업을 권유하는 등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울산시 현대미포조선에서 작업중인 근로자. 국제신문DB

■학과 구조조정 움직임

올해 초 대학알리미(www.academyinfo.go.kr)에 공개된 '2014년 졸업생 지역대학별 취업률'을 보면 부산지역 대학의 조선해양공학과 졸업생 취업률은 90~96%로 대학 학과 중에서도 최상위를 기록했다. 부산대 조선해양공학과는 91.3%로 기계공학(85%)보다 높은 취업률을 기록했다. 부경대는 해양공학과에서 90.6%, 조선해양시스템공학과 89.7%였다. 한국해양대는 기관시스템공학부가 97.1%로 가장 높았고, 선박전자기계공학부 96.6%를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부터 사정이 급반전됐다. 한국해양대 조선해양시스템공학부 졸업반 40명 중 조선업과 관련된 기업에 들어간 인원은 절반도 안 된다. 일부는 일반 기계 분야나 해외 업체로 눈을 돌려 취업을 준비하고 있고, 나머지는 진로를 고민하고 있다. 부경대 조선해양공학과 역시 예년에는 조선 빅3가 나서서 학생들의 취업 추천을 받았지만, 올해는 아예 없다. 전공을 살리는 것을 포기하고 공무원을 준비하거나 복수 전공 분야로 취업에 나서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부경대 조선해양시스템공학과 배성용 학과장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업계에서 인재를 서로 데려가려는 상황이었는데 올해는 삼성 현대 등의 채용 규모가 예년의 10분의 1로 줄고, 중소 조선소의 채용 공고는 아예 찾아볼 수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같은 취업률 저하에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대학들은 조정 대상 1순위로 조선 관련 학과를 거론하고 있다. 조선해양공학과를 둔 전국의 42개 대학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 취업이 화두다 보니 당장 내년도 신입생 지원자가 줄어들 가능성도 커졌다. 조선 관련 학과로 대학 진학을 준비해왔던 고3 수험생들도 조선업 구조조정 여파로 다른 학과로 진로를 바꾸는 등 혼란을 겪고 있다는 게 일선 고교 진학 담당 교사의 설명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 부산대 조선해양과 는 장기적으로 조선산업의 환경 변화에 따라 정원 조정을 고려하고 있다.

■선제적 대응책 마련해야

전문가들은 조선산업의 불황이 한국의 조선산업을 책임질 인재 육성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한다. 불황이 장기화되면 핵심인력의 누수로 이어져 지역 대표 학과의 존립 기반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때문에 조선업 호황이 다시 찾아올 경우 인력 공급에 차질을 빚지 않도록 당장이 아니라 멀리 보고 지역 조선 관련 학과의 붕괴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많다.

부산대 조선해양공학과 이제명 학과장은 "위기의식이 깊어지면서 조선소 인사책임자와 여야 국회의원을 찾아가 면담하는 등 모든 방안을 총동원하고 있다. 부산 경남지역 조선학과 전체가 참여하는 간담회도 추진할 계획이다. 정부 차원에서도 해양플랜트 조선 기계 등 다양한 조선업을 어떻게 활성화할지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교에도 불똥이 튀고 있다. 조선 관련 학과가 있는 마이스터고와 특성화고도 학과 개편을 검토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부산시교육청 안주태 인재개발과장은 "맞춤형 직업교육을 확대하고 IT나 로봇과 같은 미래유망산업 학과로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홍주 황윤정 기자 hjeyes@kookje.co.kr

◇부산지역 대학 조선관련 학과 현황 학교·학과 내년도 입학 정원 동명대 조선해양공학부 59명 동아대 기계·산업경영공학부 (조선해양플랜트공학과) 50명 동의대 조선해양공학과 60명 부경대 조선해양시스템공학과 40명 부산대 조선해양공학과 79명 한국해양대 조선해양시스템공학부 46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