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산업이 심각한 침체를 겪으면서 조선 관련 학과 학생들이 직장을 구하지 못해 불안해하고 있다. 일부 대학에선 구조조정 1순위로 조선 관련 학과가 지목되고, 해당 학과 학생들도 전공을 바꾸거나 복수 전공을 선택하고 있다.

18일 지역 대학가는 매년 80~90%에 달했던 조선 관련 학과의 취업률이 올해 조선업계 불황 여파로 반 토막이 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부산에는 4년제 15개 대학 중 동명대 동아대 동의대 부경대 부산대 한국해양대 등 6개 대학이 조선 관련 학과를 운영하고 있다.

부산대에서 취업률 1위(2014년 기준 91.3%)를 자랑하던 조선해양공학과는 올해 학생들 취업 문제로 고민이 깊다. 이 학과는 매년 졸업생의 90% 이상이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빅3'에 취업했는데, 올해는 이들 업체의 채용이 무산되거나 채용 인원이 크게 줄었다. 이 중 대우조선해양의 최종면접까지 합격한 학생들은 최근 취소 통보를 받아 학과 전체가 충격에 빠졌다. 상황이 절박해지자 이 학과는 오는 9월 중 주요 조선소 인사책임자를 초청해 현재 상황의 타개책을 논의하는 '끝장 토론'을 열 예정이다. 이제명 학과장은 "조선 분야가 국제경기 부침에 큰 영향을 받는 산업이긴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심각하다. 학생들의 고용절벽 사태가 장기화되지 않도록 학교에서도 조선업체와 여야 국회의원들을 찾아다니며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해양시스템공학과를 둔 부경대와 한국해양대도 사정은 마찬가지. 올해 취업률은 예년(80%)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는 게 학교 측의 설명이다. 조선 3사의 위기에다 중소 조선소까지 문을 닫는 곳이 속출하면서 사실상 채용하는 곳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한국해양대는 해외에 있는 조선업체 쪽으로 눈을 돌려 취업을 연결하고 있다. 학생들 역시 조선이 아닌 다른 업종으로 취직하기 위해 자격증을 따거나 공무원 준비, 복수 전공 등 장기계획을 세워 당장 취업을 보류하는 경우도 많다. 설상가상으로 3·4학년 학생들의 취업을 돕기 위해 방학 때 중소업체에서 하던 현장실습도 업체들의 사정으로 거의 중단됐다.

조선 불황의 여파는 학과 구조조정으로도 이어졌다. 경남 진주에 있는 한국국제대는 2012년 신설한 조선해양공학과의 내년도 신입생을 받지 않기로 했다. 사실상 폐과 결정이다. 부산지역 대학은 당장 신입생 정원을 줄일 계획은 없다면서도 장기적으로 조선산업의 환경변화에 따라 정원 조정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 수요에 민감한 특성화고교 역시 학과 개편을 시작했다. 해운대공업고는 올해부터 조선기계과를 폐지하는 대신 취업이 유리한 기계과를 신설했다. 부산시교육청 관계자는 "시장이 원하는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중장기적으로 학과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종호 정홍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