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명 승선·작년 2월 부산항 출발

- 선장이 준 양주 2병 마시고 범행

- 항해사·선원, 협동해 범인 수색

- 흉기 빼앗고 격리…선사에 신고

- 우발적 범행·계획 범죄 여부 등

- 부산해경, 수사팀 현지파견 조사

- 해당 선사 작년엔 흉기 폭력사건

20일 새벽 인도양 세이셸 군도 인근 바다에서 참치 조업을 하던 부산 선적의 원양어선 '광현 803호'(138t)에서 베트남 선원 2명이 한국인 선장과 기관장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사건이 벌어졌다. 1996년 중국 동포 선원 6명이 한국인 선원 7명을 포함해 11명을 살해한 '페스카마호 사건'이 일어난 지 20년 만이다. 특히 해당 선사의 원양어선은 지난해에도 선상 흉기폭력 사건이 발생했던 것으로 알려져 업체의 관리가 소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사건 어떻게 벌어졌나

20일 새벽 1시58분(한국시간) 소말리아 모가디슈 동쪽에서 1369㎞ 떨어진 해상에서 조업 중이던 광동해운 소속 광현 803호에서 베트남 선원 B(32) 씨와 C(32) 씨가 선장 양모(43) 씨와 기관장 강모(42) 씨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했다. 양 씨는 조타실에서, 강 씨는 침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를 처음 목격한 인도네시아 선원이 항해사 이모(50) 씨에게 이를 알렸고, 이 씨는 수색 끝에 흉기를 들고 숨어 있던 가해 선원을 발견해 몸싸움을 벌여 흉기를 빼앗고 이들을 감금하면서 사건이 일단락됐다. 이 씨는 새벽 5시10분 선사인 광동해운에 이를 알렸고, 선사가 부산해양경비안전서(해경)에 신고했다.

이 씨는 선장이 제공한 양주 2병을 선원들이 나눠 마시면서 사건이 벌어졌다고 얘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는"어장 이동을 위해 하루 쉬는 중 선장이 수고 많았다며 양주 2병을 나눠주고 마시게 했으며 선장을 죽인 베트남 선원은 둘 다 만취 상태였다"면서 "평소 일도 잘하고 말도 잘 듣는 편이었는데 도대체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현 803호에는 숨진 선장과 기관장 등 한국인 선원 3명, 베트남 선원 7명, 인도네시아 선원 8명 등 18명이 승선했다.

■불안한 귀항…지난해도 사건 발생

지난해 2월 11일 부산항을 출발한 광현 803호는 세이셸 군도 빅토리아항을 모항으로 20~30일 주기로 바다에 나가 조업했으며, 두 달 뒤 한국으로 돌아올 예정이었다. 사건이 벌어진 뒤 이 씨가 항해를 맡고 있으며, 24일 밤 11시께 빅토리아항에 도착할 것으로 알려졌다.

해경은 사건을 저지른 베트남 선원 2명을 분리해 각각 다른 선원 2명이 이를 감시하고 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하지만 한국인 3명 중 이 씨 혼자 남아 운항과 질서유지까지 맡은 상황이라 남은 선원이 동요하거나 살인을 저지른 베트남 선원들이 돌발 행동을 할 경우 위험해질 수 있어 안심하긴 이르다. 해경 관계자는 "오후 7시 선사와 이 씨가 통화해 현재까진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선원들도 안정된 상태"라고 말했다.

원양업계에 따르면, 광동해운에서 흉기 폭력 사건이 벌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3월 광동해운 소속 광현 802호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인근 해상에서 조업했을 때 배에 타고 있던 베트남 선원이 항해사를 흉기로 찔러 현지에서 수술을 받고 귀국했다는 것이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현지에서 급하게 수술을 받고 귀국해 치료를 받았으며 회사 측에도 이를 알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광동해운 측은 "이 사실을 알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영도구 대평동에 사무실을 둔 광동해운은 2013년 설립됐으며, 지난해 2월 처음 출항해 참치 연승어업을 해왔다. 원양어선 3척(광현 801~803호)을 보유하고 있다. 이 업체 소속 원양어선 3척 모두 최근 남해해경이 실시한 최저승무기준 일제 점검에서 통신장을 태우지 않아 적발(본지 지난 17일 자 8면 보도)됐다.

■수사팀, 유족 오늘 출국

해경은 사건이 발생하자 수사 인력 7명을 21일 현지에 파견하기로 했다. 광동해운 직원 2명과 유가족 4명도 21일 밤 11시55분 비행기로 출국한다. 해경이 파악한 결과 기관장 강 씨와 베트남 선원 2명은 지난해 2월부터 함께 일했고, 선장 양 씨는 올해 4월 배에 합류했다. 

해경 이광진 수사정보과장은 "흉기를 수차례 찔러 다소 감정이 실린 것으로 보이나 정확한 건 현지에서 조사를 해봐야 안다"고 밝혔다. 광동해운 김영도 대표는 "유족에게 죄송할 따름이다. 출항 전 선장과 직원 사이 문제는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민경진 김봉기 기자 superch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