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증하는 방문객으로 몸살을 앓던 부산 사하구 감천문화마을이 결국 유료화 수순을 밟는다.

부산 사하구 감천문화마을에 설치된 나인주 작가의 어린왕자.

감천마을주민협의회는 이르면 올해 안에 마을 일부 구간에 대해 유료입장을 적용해 시행할 예정이라고 16일 밝혔다. 구체적인 방식은 결정되지 않았지만 마을 내 주요 관광장소는 마을지도를 구입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단체관광객 지도 구입 의무화(본지 16일 자 8면 보도) 방침도 그 일환이다. 마을지도는 장당 2000원으로 골목을 따라 여행하는 감천마을 특성상 방문객이 많이 구입하는 기념품이다. 수익금은 마을기금으로 사용된다. 전순선 주민협의회 부회장은 "지난해 방문객이 140만 명이었는데, 올해 6월 현재 80만 명을 넘었다"며 "방문객으로 인한 주민의 불편과 불만이 극도로 치솟은 상황이다"고 말했다.

유료화 논쟁은 올해 초부터 이어졌다. 당시 마을이 입장료 도입을 검토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시민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방문객이 좀 늘어나니 돈을 벌려 한다'며 실망 섞인 말이 터져 나왔다. 이달 초 여행업계도 지도 구입 의무화 방침에 저항해 입구에서 주민들과 마찰을 빚었다. 관광객에겐 하나의 마을에 불과한데 들어가려면 돈을 내야 한다는 사실이 부당하게 다가왔다.

이에 주민들은 지속해서 호소하고 있다. 관광지이기 이전에 8000여 명의 주민이 사는 생활공간이라는 것이다. 전 부회장은 "수십 번의 회의와 답사를 거쳐 주민들이 내린 결론은 유료화를 해서라도 방문객 수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며 "마을수익금은 전액 불편을 겪는 주민들의 복지체감도를 높이는 데 쓰인다"고 강조했다. 실제 수익금은 지역 학생 교복지원, 노인 무료 이불 빨래 등에 쓰이고 있다.

주민들은 결국 유료화라는 결론을 내렸다. 완벽한 대안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내 마을을 관광지로 빼앗기지 않으면서도 찾는 이를 내치지 않으려는 노력으로 보인다. 심상보 주민협의회장은 "사람이 떠나던 마을이 주민들의 힘으로 여기까지 왔다"며 "현명한 결론으로 주민과 관광객 모두 만족할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안세희 사회1부 기자 ahnsh@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