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교통도시 부산 <1-2> 성숙한 교통 문화 만들자- 시민의 공익 신고가 교통문화 바꾼다

블랙박스 앞에 꼬리 내린 난폭운전…사망자도 하향곡선

김화영 기자 hongdam@kookje.co.kr
| 입력 : 2016-06-12 18:58:05
| 본지 13면

- 블랙박스·스마트폰 보급으로
- 얌체·보복운전 제보 급증세
- 작년 6만6617건, 5년 새 5배로
- '끼어들기' 신고는 15배나 늘어

- 같은 기간 교통사고 사망은
- 244명서 194명으로 줄어

불법을 저지른 운전자가 도로 위에 숨을 곳은 더는 없다. 경찰관과 CCTV를 피한다고 해도 '제3의 눈'이 늘 감시한다. 이 눈은 블랙박스와 스마트폰 카메라 등이다. 이를 통한 공익신고로 처벌되는 운전자가 늘면서 난폭·보복운전을 자제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승용차 운전자가 12일 교통법규 위반 차량을 신고하려고 블랙박스를 확인하고 있다. 서정빈 기자 photobin@kookje.co.kr

■교통사고 예방하는 공익신고

이모(50) 씨는 승용차를 몰고 지난 2월 24일 오후 부산 금정산 동문에서 부산대 방향 편도 1차로 내리막을 빠른 속도로 달렸다. 앞차가 속도를 못 내자 중앙선을 넘어 반대차로로 달렸다. 마을버스가 나타나자 다시 주행차로로 합류했고, 다시 중앙선을 넘어 차 3대를 추월했다. 도로 옆은 까마득한 낭떠러지.

지난 3월 13일 경부고속도로 북대구 IC 근처. 배모(33) 씨가 손모(35) 씨의 차 앞에 갑자기 끼어들었다. 200m를 달리며 다섯 번 급제동했다. 손 씨가 앞서 자신의 차 앞에 끼어든 데에 화가 나 이렇게 분풀이했다.

두 명 모두 경찰 조사를 받았다. 이 씨는 40일간 면허정지 처분을 받았다. 이들의 운전 장면이 다른 차의 블랙박스에 담겨 빠져나갈 수 없었다.

블랙박스 등을 통해 접수되는 부산의 공익신고 건수는 해마다 는다. 2011년 1만2137건, 2012년 1만4401건, 2013년 2만3316건, 2014년 3만1866건, 2015년 6만6617건 등으로 증가했다. 올해는 4월 말 기준으로 2만9701건이 접수됐다.

도로 위에서 벌어진 불법은 모두 신고 대상. 신호 위반은 물론 ▷통행구분 위반(중앙선침범·역주행·인도주행) ▷끼어들기 ▷주정차 금지 위반 ▷방향지시등 미준수 ▷적재물 추락방지 조치 불이행 ▷난폭운전 등이 포함된다. 증거 영상을 확보해 인터넷 '국민신문고'나 스마트폰 앱 '스마트 국민제보' 등에 올리면 수사가 시작된다. 대다수 항목의 신고 건수는 최근 5년 새 모두 늘었다. 이중에서도 끼어들기 위반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2011년 183건이던 신고는 지난해 2748건으로 폭증했다.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다고 볼 수 없으나, 이런 신고가 교통사고를 줄이는 데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부산경찰청 윤한회 교통사고조사계장은 "공익신고로 적발돼 범칙금을 내는 사람이 많아지자 조심해서 운전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이것이 교통사고 예방 효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부산의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2011년 244명에서 2012년 251명, 2013년 232명, 2014년 185명, 2015년 194명 등으로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성숙한 교통문화 정착에 이바지

공익신고를 한 이들에게 주어지는 대가가 없어도 신고가 는다는 점이 주목된다. 팜파라치(불량 약국 신고꾼)나 식파라치(불량식품 신고꾼) 등에게는 보상금이 제공되지만 교통 공익신고에는 보상이 없다. 2001년 3월부터 교통법규 위반을 증명하는 사진을 보내면 3000원 상당을 지급하는 '카파라치'(교통법규 위반 신고보상제)가 시행됐으나, 2003년 폐지됐다.

경찰이 최근 벌인 난폭운전 특별단속 결과를 보면 시민 기여도를 알 수 있다. 부산경찰청이 지난 4월부터 지난 5일까지 단속을 벌인 결과, 총 241건의 난폭운전이 접수됐다. 대다수가 공익신고였다. 국민제보 앱으로 들어온 신고가 104건으로 가장 많았고, 국민신문고 86건, 방문 신고 31건, 112(전화) 신고 12건 등이었다. 경찰이 현장 단속으로 접수한 것은 8건이었다. 대다수가 공익신고 활성화로 교통문화가 성숙해진다고 인식하지만, 이를 불편하게 느끼는 이도 있다. 박모(34·북구 화명동) 씨는 "다른 운전자에게 피해를 주지 않았는데 터널 내 차로 변경을 했다고 범칙금 3만 원을 내는 것은 너무하다"고 말했다.

도로교통공단 부산지부 임창식 박사는 "자신의 차 앞에서 난폭운전을 한 점을 괘씸하게 여겨 경찰에 신고하는 경우도 허다하다"며 "공익신고가 성숙한 시민문화로 정착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부산교통포럼 정헌영(부산대 도시공학과 교수) 이사는 "시민 공익신고가 교통 무질서를 바로잡는 데 기여하는 것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지만, 난폭·보복운전을 하지 않게 시민교육에도 신경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