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년간 5억1000만 원 주고받아
- 해양환경公 임원 입찰정보 유출

특정 업체에 선박 수리 일감을 몰아주는 대신 리베이트를 받은 조선·해운 업체 직원과 공기업 전 간부가 경찰에 적발됐다. 2014년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조선·해운업계의 유착비리와 '해피아(해양수산부+마피아)'를 척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지만 뒷돈을 받고 일감을 몰아주는 검은 관행은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경찰청 해양범죄수사대는 선박수리업체로부터 선박수리 일감 제공과 협력사 관계 유지 등의 명목으로 수억 원을 받은 혐의(배임수재)로 선박관리회사 S사 임원 임모(45) 씨와 선박급유업체 임원 박모(53) 씨를 구속했다고 31일 밝혔다. 또 경찰은 선박 수리 관련 입찰 정보를 제공하고 금품을 받은 혐의(뇌물수수 등)로 해양수산부 산하 공기업인 해양환경관리공단 전직 임원 정모(63) 씨 등 5명을 불구속입건했다.

경찰 조사 결과, S사에서 각종 협력업체 선정과 물품·용역 대금 결정 업무를 담당한 임 씨는 선박수리업체 M사와 선박 부품 공급 업체 8곳에 협력사 관계 유지 등의 대가로 2011년부터 4년간 5억1000만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S사는 K사가 보유하고 있는 국내 유일 해저 광케이블 설치하는 선박(8323t)의 위탁관리를 맡은 곳으로, 이 배의 수리와 유지보수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가지고 있었다. M사가 S사로부터 수주한 금액은 17억 원에 이른다. 또 K사에서 선박관리회사 지정 권한이 있는 오모(39) 씨도 M사로부터 19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입건됐다.

서울에 본사를 둔 선박급유업체 H사의 임원 박모(53) 씨 역시 M사에 선박 수리 등의 일감을 주고 1억1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으며, 같은 회사 임원(59)도 400만 원을 받아 불구속입건됐다.

해양환경관리공단에서 지사장을 지낸 정 씨와 박모(59) 씨는 공단이 보유한 선박의 유지 관리 입찰과 관련해 정보를 제공하고 M사로부터 각각 330만 원과 700만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M사가 공단으로부터 수주한 계약은 7억 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은 이들에게 돈을 준 M사 대표(64)도 불구속입건했다.

경찰은 해양환경관리공단 전직 임원이 리베이트를 받고 입찰 정보를 알려준 점을 확인한 만큼 이들이 다른 업체와도 연관돼 있는지 추가로 수사하기로 했다. 김현진 해양범죄수사대장은 "선박 수리와 보수를 맡은 업체가 뒷돈을 주고 일감을 수주할 경우 여기에 든 비용을 회수하려고 값싼 자재를 쓰거나 비용을 부풀려 청구할 수 있으며 이는 곧 선박의 부실 관리와 안전사고로 이어질 개연성이 크다"면서 "조선·해운업계의 검은 유착이 근절되지 않고 있어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