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울산시장이 지난 17일 밀양에서 열린 신공항 입지선정 문제와 관련, 부산을 제외한 영남권 4개 시·도지사 회동에 참석해 울산시의 입장을 밝혔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정부가 신공항 입지 용역조사 결과 발표를 불과 한 달 앞둔 시점인 이제야 김 시장이 울산시의 공식 입장을 사실상 내놨다는 점이다.

그동안 가덕도 유치를 원하는 부산시를 상대로 경남과 대구, 경북은 일찌감치 밀양을 지지했지만 울산시는 유보적인 입장을 취해 왔다. 이는 밀양이 지리적으론 좀 더 가깝지만 현 김해공항보다 조금 더 먼 가덕도도 그리 나쁘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러다 보니 굳이 서둘러 어느 한쪽을 지지했다가 반대 입장에 있는 지자체와 일찍이 척을 질 이유가 없다는 나름의 셈법이 작용한 때문이다. 그래선지 김 시장은 이 문제에 대한 입장을 언론에서 물으면 '소이부답'(笑而不答)으로 일관해 왔다.

그랬던 그가 "울산은 밀양과 지리적으로 가깝고, 산업적으로도 울산 서부권 발전을 위해 밀양 신공항 유치가 매우 절실하다"는 말로 짧지만 분명하면서도 확실한 태도 표명을 했다. 김 시장은 이젠 한 쪽 손을 들어줘야 할 때라고 생각한 듯하다. 그렇다면 일단 거리나 경제성 등에서 울산의 객관적 선택은 밀양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간과한 것인지 모르지만 한 가지 짚어봐야 할 문제가 있다. 바로 울산공항이다. 울산공항은 2000년대 초만 해도 하루 평균 40여 편의 항공기가 운항하는 지방 중추 공항이었다. 그러다 2010년 KTX울산역이 생기면서 이용객 수가 급감해 현재 운항편 수는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공항 폐쇄 이야기까지 심심찮게 흘러나오고 있다. 순수 민간공항이다 보니 경남 사천이나 경북 포항 등 울산보다 규모는 더 작지만 군사 겸용인 이들 공항에 비해 폐쇄 개연성이 훨씬 높은 것도 사실이다.

이번 회동에서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함양~울산 고속도로가 개통되면 울산에서 밀양까지 15분 걸린다. 반대로 울산에서 부산 가덕도까지는 산 넘고 물 건넌 뒤 바다까지 건너려면 2시간이 걸린다"는 말로 밀양 신공항 유치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홍 지사의 말대로라면 정부가 15분 거리에 있는 두 공항을 그대로 존속시킬지는 불문가지이다. 즉 밀양 신공항의 탄생은 울산공항의 종말로 이어진다는 얘기다. 김 시장은 건너본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는 스타일로 알려진 인물이다. 그래서 이번 회동에서 그가 들어 준 손이 울산공항 폐쇄를 재촉하는 자가당착의 결과로 이어지지 않길 바랄 뿐이다.

방종근 사회 2부 기자 jgba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