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 언론·문인으로 활동 왕성
- 최계락문학상 명예이사장 지내

부산을 대표하는 언론인이자 지역 문단의 파수꾼이었던 김규태(사진) 시인이 12일 오전 7시54분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82세.

고인은 국제신문 논설고문을 끝으로 38년간의 언론계 생활을 접은 뒤 최계락문학상재단을 이끌었다. 그는 1960년대 국제신문 문화부 기자 시절 한국문단에 우리나라 동시를 시적 경지로 끌어올린 최계락(1930~1970) 시인과 동고동락한 인연이 계기가 돼 최근까지도 이 재단의 명예이사장을 맡았다.

고인은 1년 6개월여 전에 위암 수술을 받고 계속 치료를 받던 중 지난달 들어 병세가 악화돼 남구 용호동 성모병원에 다시 입원했다. 딸 연희 씨는 "병상에서 계시던 지난달 송기인 신부를 모셔 세례를 받으셨다. 아버지는 평생 강직하고 청렴결백하셨다"고 말했다.

고인은 대구 출신으로 동래고와 서울대 문리대 불문학과를 졸업하고 1961년 국제신문 수습기자로 입사했다. 1970년 문화부장에 이어 사회부장과 정경부장 등을 지내며 정론직필의 언론인으로서 명성을 날렸다. 고인은 논설위원으로 활약하던 1980년 11월 전두환 군사독재정권의 언론 통폐합으로 국제신문을 떠나 부산일보로 옮겨 논설주간을 지냈다. 1990년 복간한 국제신문에 복귀해 논설주간을 지내다 1992년 정년퇴직한 뒤에도 논설고문으로 1998년까지 집필활동을 이어갔다.

1957년 '문학예술'과 1959년 '사상계'를 통해 등단한 고인은 지역 문단을 대표하는 원로시인으로서도 왕성하게 활동했다. 평소 "아침 하늘이 붉게 물드는 순간까지 밤새 글을 쓰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한 그는 60년 가까운 시작 활동에도 '철제 장난감(1969)' '졸고 있는 신(1985)' '들개의 노래(1993)' '흙의 살들(2005)' 등 단 네 권의 시집만 낼 정도로 글을 아끼는 시인이었다. 2009년에는 문화전문기자로 활동하며 1950년대 후반부터 만난 유치환 김상옥 등 예술인들의 육성을 생생하게 담은 '시인 김규태의 인간기행-그 사람들'을 펴냈다. 부산시 문화상과 요산문학상 등을 받았다.

유족으로는 딸 연희 연주 씨가 있다. 빈소는 부산 수영구 남천동 남천성당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장례미사는 14일 오전 6시 남천성당. 장지는 부산추모공원. 010-2568-3151

이진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