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어터진 김해공항…국제선 승객 청사 밖까지 장사진

황금연휴 첫날 1만2783명 몰려 하루 이용객 역대 최다 기록

김준용 기자 jykim@kookje.co.kr
| 입력 : 2016-05-05 19:34:39
| 본지 3면

- 8일까지 총 5만1000명 이용 예상

- 주차장 협소·발권 장시간 소요
- "도떼기시장 같다" 불만 비등

- 대만 등 단거리 해외여행 인기
- 정부 내수진작 의도 무색 지적

임시공휴일(6일)을 전후로 한 황금연휴가 시작된 5일 부산 김해국제공항이 미어터졌다. 이날 국제선 발권 카운터와 출국장 입구에서 시작된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섰다. 출국장으로 들어가는 줄은 국제선 청사 밖까지 이어지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국제선 청사에는 앉을 곳을 찾지 못해 가방을 깔고 앉아 있는 사람이 많았다. 일부 승객은 국제공항이 "도떼기시장 같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황금연휴 첫날인 5일 오전 부산 김해국제공항 국제선 청사에서 여행객들이 출국장으로 들어가려고 청사 밖까지 길게 줄을 서 있다. 독자 고재웅 씨 제공

이날 오전 아들과 함께 일본 도쿄행 항공기를 타기 위해 출국장 앞에서 줄을 선 고재웅(47) 씨는 "평소 일 때문에 외국을 자주 나가는데, 이렇게 줄이 긴 것은 처음 본다"며 "항공기 표 발권에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불편했다"고 말했다. 후쿠오카로 향한 송승호(35) 씨는 "시간 여유를 충분히 두지 않았으면, 비행기를 못 탈 뻔했다"며 "주차장에 자리가 없어 인근 사설 주차장에 겨우 차를 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날 김해공항 국제선을 이용해 외국으로 나간 승객 수가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한국공항공사 부산지역본부는 이날 김해공항의 국제선 출국 승객이 1만2783명(예약승객 기준)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1976년 건설된 김해국제공항 국제선의 최다 이용객 수는 지난 2월 10일 1만2734명이다. 이날 총 119편의 항공기가 김해공항 국제선을 빠져나갔다. 한국공항공사 부산본부 관계자는 "갑자기 잡힌 임시공휴일을 이용해 외국으로 나가려는 승객이 급증했다. 아침과 저녁 출국 항공기가 집중되면서 승객이 불편을 겪었다"고 말했다.

여행업계에서는 6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면서 4일간 휴가가 이어지자 단거리 노선 중심으로 여행객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했다. 이틀이나 사흘 연휴 때는 국외로 나가기 부담스러워 제주 노선이 늘어나지만, 나흘 연휴가 잡히자 외국 여행객 수가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여행사 몽키트래블 윤현덕(36) 대리는 "임시공휴일 지정 이후 태국, 대만 예약 건수가 30% 정도 늘었다"며 "단거리 해외노선 중심으로 운영되는 김해공항이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항공업계는 이번 연휴로 일본 후쿠오카 노선 등이 부활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숨기지 않는다. 후쿠오카 노선은 지난달 14일 발생한 구마모토 지진으로 승객 수가 급감했다. 지진 발생 전에는 하루 2300여 명의 승객이 후쿠오카 노선에 탑승했지만, 지진 이후에는 1200명 수준으로 승객 수가 반 토막 났다. 항공업계는 지진 여파로 비즈니스 승객보다 휴양객이 많은 후쿠오카 노선의 특성상 피해가 컸던 것으로 분석했다.

공항공사는 오는 8일까지 계속되는 황금연휴 동안 국제선 369편, 국내선 334편이 운항될 것으로 예상했다. 총이용객은 국제선 5만1000명, 국내선 5만20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승객이 몰릴 것에 대비해 공항공사는 부산시 낙동강관리본부와 협력해 강서구 대저동 대저생태공원에 제3주차장(500면 규모)을 운영하고 있다. 연휴 기간에 제3 주차장과 김해공항까지 30분 간격으로 셔틀버스도 운영한다.

에어부산 관계자는 "후쿠오카 노선은 평소 예약률이 80~90%를 넘는 인기 노선인데, 지진 이후 예약률이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며 "6일 임시공휴일 지정 이후로 예약 문의가 크게 늘었다"라고 말했다.

인천공항 국제선에도 외국 여행객이 몰리면서 임시공휴일을 통해 국내 내수 경기를 북돋우려던 정부의 의도가 무색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