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호 체제' 갈등 재연 우려

- 현 집행위와 사실상 '패밀리'
- "市와 갈등 풀기엔 부적합" 지적
- 이용관 복귀 힘 실어줄 수도
- BIFF는 "외압 막아줄 인물"
- 추대 정보 유출 '물타기' 의혹

# 검찰 수사 발표에도 항변

- 집행위, 공금 유용 사과했지만
- 수사중에 돈 반납 사실 드러나
- "李는 행정상 실수" 억울함 호소

부산국제영화제(BIFF) 조직위원장 선출을 둘러싼 부산시와 영화제 집행위원회 간 힘 겨루기는 집행위의 우세로 일단 막을 내렸지만, 향후 김동호 명예집행위원장의 역할을 둘러싼 논란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김 명예위원장이 실타래처럼 꼬인 시와 집행위의 갈등을 중립적인 입장에서 풀어나갈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지난 2월 25일 부산시청에서 열린 부산국제영화제(BIFF) 정기총회에서 영화인들이 BIFF 자문위원 등 106명의 서명을 받은 임시총회 요구서를 제출하려고 하자 서병수(왼쪽) 시장이 접수를 거부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과 강수연 집행위원장. 국제신문DB

■조직위원장에 왜 집착하나

서병수 부산시장이 지난 2월 영화제의 독립성을 주장하는 집행위의 요구에 따라 당연직 조직위원장을 사퇴한 뒤 시와 집행위는 민간 조직위원장 선출을 놓고 치열한 힘겨루기를 벌였다.

양측이 조직위원장 선출에 힘을 쏟는 것은 과거 상징적인 존재였던 조직위원장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영화제의 향방을 좌우할 수 있는 실질적인 지위로 변했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를 거치면서 최고의결기구였지만, 지금까지 형식에 그쳤던 조직위원회(임원회)가 총회를 통해 정관 변경 등 영화제의 의사 결정을 하는 기구로 거듭나야 한다는 요구가 많았다.

시는 조직위원장에 애초 시의 의사를 반영할 수 있는 지역인사 추대를 추진했지만, 집행위와 영화계의 반대에 부딪혀 영화배우 안성기 씨를 새로운 20년을 준비할 세대교체의 대안으로 내세웠다. 반면 김 명예위원장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입장을 보였다. 현재 벌어진 갈등이 김 명예위원장이 집행위원장을 맡던 시절부터 쌓여온 문제라는 점에서 그 역시 자유롭지 못하다는 판단에서였다. 여기에 집행위 측의 '패밀리'로 분류되는 김 명예위원장이 집행위 쪽에 설 경우 또다시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반대로 집행위는 김 명예위원장을 지지했다. 현재 이 사태를 풀어내고 영화제의 독립성을 담보할 수 있는 인물은 김 명예위원장뿐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김 명예위원장이 시의 견제와 감시로부터 집행위의 방패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이용관 복귀 가능하나

김동호

김 명예위원장의 조직위원장 추대에 대해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의 복귀를 염두에 둔 포석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고령(79세)의 김 명예위원장이 올해 영화제 개최와 정관 개정 등 일련의 사태를 해결하고 난 뒤 이 전 집행위원장이 조직위원장직을 물려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집행위 측은 4일 검찰 수사 결과에 관한 보도자료를 내고 집행위 간부들이 불미스러운 일로 불구속 기소를 당한 데 대해 사과했지만, 이 전 위원장에 대해서는 "개인비리가 전혀 없는데도 무리하게 기소됐다"며 반발했다. 개인적으로 착복한 일부 간부와 달리 이 전 집행위원장은 영화제를 위한 행정적인 실수였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에 기소된 집행부 전·현직 간부들이 검찰 수사 과정에서 유용한 의혹을 받은 금액 6200여 만원을 BIFF에 반납한 것은 향후 재판에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판결을 받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고령의 김 명예위원장이 조직위원장을 사퇴하고 나면 이 전 집행위원장이 자연스럽게 차기 조직위원장으로 거론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가 있던 지난 3일, 시와 강수연 집행위원장이 김 명예위원장을 조직위원장으로 추대하는 데 합의한 사실이 흘러나갔다. 아직 김 명예위원장의 조직위원장직 수락도 이뤄지지 않은 데다 오는 9일 추대 합의를 공식적으로 발표하기로 시와 집행위 양측이 합의한 민감한 사항이었음에도 정보가 유출된 것이다. 이에 대해 집행위 측에서 이 전 집행위원장 등의 도덕적 해이를 덮기 위해 '물타기용'으로 검찰 수사가 발표되는 날 합의 추대 사실을 흘렸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집행위 측은 "영화제의 독립성 확보가 중요한 상황에서 특정 인물에게 초점이 맞춰지는 것은 우리가 바라는 상황이 아니다"며 이 같은 의혹을 부인했다.

윤정길 송진영 기자 yjke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