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5개의 종합대형병원을 소유한 학교법인 인제학원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백낙환(90) 전 이사장이 검찰의 수사를 받으면서 인제학원과 관계자의 비리 행태가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이번 부산지검의 수사는 백 전 이사장의 비자금 조성 여부 확인에 초점을 둔 것이어서 수사가 법인 전체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일부 백병원이 재정난을 겪으면서 이런 비리에 노출됐다는 관측도 있다.

	해운대백병원

■인제학원·일가 잇단 수사

부산지검 특별수사부(임관혁 부장검사)는 백 전 이사장이 사실상 오너로 있는 A사의 대표 박모(60) 씨가 수십억 원대의 납품대금 등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에 주목해 이 돈이 비자금으로 조성됐는지를 집중해 수사하는 것으로 27일 전해졌다. 검찰은 이 돈의 흐름을 어느 정도 파악했고, 백 전 이사장을 불러 조사를 벌였다. 특히 A사는 백 전 이사장 일가가 절대 지분을 보유한 사실상의 '가족회사'라는 점에서 결국 백 전 이사장과 박 씨의 혐의가 무관하지 않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검찰은 또 현 법인 고위 관계자들과 A사 관계자 10여 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를 벌였다.

앞서 백 전 이사장은 간호사 수를 부풀려 정부 보조금을 타낸 혐의로 기소돼 서울에서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인제학원 현 이사장도 같은 혐의로 함께 기소됐다. 또 백 전 이사장의 가족이 부산백병원 장례식장 운영권을 미끼로 10억 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로 2014년 기소된 사실도 확인됐다.

이와 함께 인제학원의 백병원 2곳은 A사와 임대차계약을 하면서 시세보다 싸게 수의계약을 해 100억 원대의 손실을 입혔다는 사실이 교육부 감사를 통해 드러났다. 이 계약은 일반경쟁입찰 대상으로, 교육부도 A사를 특수관계업체라고 보고서에 명시했다.

■재정난까지 '설상가상'

서울중앙지검은 백 전 이사장을 기소하면서 서울백병원이 수년간 적자로 운영되자 이를 보전하기 위해 백 전 이사장과 현 이사장이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봤다. 1979년 설립된 인제학원은 인제대와 백병원 5곳(서울 부산 일산 상계 해운대)을 두고 있는데, 수년간 손실이 1000억 원대에 달하는 재정난을 겪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사가 교육부 감사와 검찰 수사 등에서 파악된 바와 같이 배를 불리는 동안 재단은 재정난을 겪은 셈이다.

이런 가운데 인제학원은 백병원 5곳의 의약품과 진료 재료 및 기타 소모품 등을 공급하는 물류대행 업체의 설립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이 업체가 A사와 밀접한 관계인 것으로 알려져 검찰은 이 부분에 주목하고 있다. 부산지검 윤대진 2차장검사는 "가급적이면 이번 수사를 다음 달 중순까지 끝내고 수사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인제학원 측은 "교육부 감사에 따라 A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고 재산을 압류하는 등 법적 조치를 끝냈다"면서도 "(비자금 조성 여부 수사 등) 나머지 사안은 언급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고 말했다.


※인제학원 소유 백병원 현황

서울백병원 1932년 개원, 288 병상

부산백병원 1979년 개원, 895 병상

상계백병원 1989년 개원, 670 병상

일산백병원 1999년 개원, 652 병상

해운대백병원 2010년 개원, 865 병상

송진영 기자 roll66@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