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민에 돌려주겠다" 강조
- 폐선부지 난개발 제재 관심

서병수 부산시장이 호텔형 레지던스로 조성될 위기에 처한 동해남부선 옛 해운대역사 매각(본지 지난달 22일 자 1면 등 보도)을 적극적으로 저지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14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옛 해운대역사를 방문한 서병수 부산시장이 관계자들과 부지 활용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서정빈 기자 photobin@kookje.co.kr

서 시장은 14일 오후 옛 해운대역사에서 본지 취재진과 만나 "그간 철로로 생활권이 단절돼 역사 뒤편 우1동 주민이 큰 고통을 받아왔다"며 "코레일과 백상건설 등이 추진하는 호텔 건립에 반대하며 사업이 추진되지 않도록 힘을 다해 막겠다"고 말했다.

이날 서 시장은 동해남부선 폐선부지에서 이뤄지는 '그린레일웨이 사업' 1차 구간을 찾아 진행 상황을 점검했다. 우동 센텀센시빌 앞에서부터 부산기계공고까지 3.5㎞ 구간을 걸어서 이동했다. 마지막 일정으로 찾은 곳이 해운대역사다. 백선기 해운대구청장과 시청 간부 등 20여 명이 동행했다.

우1동에 사는 한 60대 여성이 서 시장에게 "호텔 건립이 웬 말이냐. 주민이 더는 피해를 감내하게 하지 말라"고 강하게 요구하자 서 시장은 "공원으로 개발해 모두가 마음껏 쓰는 공간으로 만들 테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대답했다.

앞서 서 시장은 지난 4일 시 확대간부회의에서 "공공기관이 자신의 땅이라도 수익 때문에 함부로 민간에 팔아넘기려는 것을 막아야 한다. 시와 절차를 거쳐 결정하게 조처하라"고 지시했다. 이는 최근 옛 해운대역사 매각 논란을 염두에 두고 한 발언이라고 풀이된다.

이에 따라 부산시가 해운대역사가 민간의 손에 넘어가 난개발되는 것을 막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현재 역사부지 4631㎡(해운대구 우동 524의 1)의 실소유주는 코레일이다.

그러나 시가 제재에 나설 명분은 있다. 이 부지 가운데 1750㎡가 도시계획시설상 '교통광장'으로 묶여 있는 상태다. 교통광장은 공공의 재산에 속해 이를 호텔 개발 등 다른 목적으로 활용하려면 용도 변경이 필요하다. 이에 대한 인허가권이 부산시와 해운대구에 있다. 백선기 해운대구청장도 "절대로 주민 의사에 반하는 시설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겠다"며 호텔 개발 계획을 강하게 반대했다.

해운대역사는 시가 조성 중인 그린레일웨이의 핵심 허브로 꼽힌다. 산책로를 따라 걷다가 해운대해수욕장으로 빠지려면 이곳을 거쳐야 한다. 만약 이곳이 대규모 호텔에 가로막힌다면 그린레일웨이 사업 취지도 빛이 바래게 된다.

시 이석근 철도시설과장은 "해운대해수욕장에서 해운대역사를 잇는 구남로 구간을 문화가 넘치는 거리로 조성하려는 시장의 의지가 강력한 만큼 역사가 호텔 등으로는 개발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김화영 기자 hongda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