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인 파행운영으로 인한 송사에
- 교비사용 허가 땐 소송남발 우려
- "비리 면죄부 주는 꼴" 지적도

교육부가 사립학교법인의 소송 비용을 교비에서 낼 수 있도록 사립학교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놓고 사학법인 파행운영에 따른 송사에 등록금을 사용한다는 비난은 물론 비리사학에 면죄부를 주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교육부는 사립학교법 시행령 제13조 2항 교비회계 세출 항목에 '교직원 인사 및 학교운영과 관련된 소송 경비 및 자문료'를 추가하는 개정안을 최근 입법 예고했다. 교육부는 시행령 개정 이유에 대해 "학교의 경영 및 학사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송비 세입·세출 때 관계 법령에 명시적인 규정이 없다"며 "소송 경비 및 자문료를 추가하는 이유는 회계운영의 합리성을 확보하기 위해 소송 경비를 세입·세출 항목에 명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사학개혁국민운동본부'와 '반값등록금국민본부' 등 교육단체들은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통인동 참여연대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학법인의 잘못된 인사나 운영으로 야기된 송사에 학교 운영에 쓰여야 할 교비회계를 사용하는 개정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로써 학생교육활동비가 줄어 교육활동에 피해가 갈 것"이라고 밝혔다.

전교조 부산지부도 개정안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정한철 부산지부장은 15일 "시행령 개정으로 학생들이 낸 등록금이나 교육청 지원을 받은 학교운영 경비까지 소송비로 사용되도록 통로를 열어준다면 재정구조가 가뜩이나 취약한 사립학교는 소송을 남발하게 될 것"이라며 "학부모 단체의 의견서를 제출하는 등 다양한 투쟁으로 저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히 교육부가 이번에 입법 예고한 내용은 상위법인 사립학교법 제29조에 어긋나는 '법 위의 시행령'이라는 지적이 있다. 사립학교법 제29조 6항에는 '교비회계에 속하는 수입이나 재산은 다른 회계에 전출하거나 대여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고, 예외조항도 '차입금의 원리금 상환'과 '교육용 기본재산을 국가 등에 무상으로 귀속하는 경우'로 한정했다. 대학가에서는 시행령 개정이 현재 소송비용을 교비회계로 지출해 횡령으로 검찰에 고발된 대학총장에 대한 '구제법'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부산시교육청이 매년 실시하는 사학 운영 평가와 감사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여론이 퍼지고 있다. 시교육청은 매년 고등학교 이하 사학법인 73곳의 재정 건전성·법인운영 공공성 등 운영평가를 하지만, 상위 10%만 공개해 '하나 마나 한 평가'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평가 이후에도 부실 법인에 대한 시교육청의 제재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부산경실련 이훈전 사무처장은 "그동안 사학재단이 재단 운영의 독립성, 자율성을 주장하며 평가결과 공개를 꺼려 왔지만 교사 월급이 세금에서 나온 것만 보더라도 당연히 평가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며 "공개해야 경쟁이 이뤄지고 재단 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