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케이블방송사의 '응답하라 1998'이라는 드라마가 시청자들의 옛 감성을 자극하며 인기리에 종영되었다. 배우들의 명연기나 추억의 장면이 시청자에게 옛 추억을 회상하게 했지만,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골목 풍경이었다. 아침이면 누군가의 비질 소리가 들리고, 이리저리 뛰어노는 아이들과 마루에 앉아 수다를 떠는 동네 아주머니의 모습이 있던 곳. 그로부터 불과 20여 년 만에 우리 곁에서 아주 멀어진 골목 풍경은 사람들을 TV 앞에서 떠나지 못하게 했다.

부산은 이런 골목 문화를 재생하기 위해 2006년부터 벽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담벼락에 아름답게 그려진 벽화들은 칙칙한 골목길을 화사하게 만들고 주민들의 마음마저 즐겁게 해준다. 부산 중구가 추진하는 거리갤러리 사업이 의미 있는 생활밀착형 문화사업으로 평가받는 것도 이런 이유다. 광복동 동광동 보수동 대청동 일대 골목길의 벽화들을 보면서 시민과 관광객들은 부산 문화의 상징이었던 원도심을 새롭게 느끼기도 한다. 그런데 거리갤러리 미술제를 통해 조성한 골목 벽화와 조형물들이 훼손되고 있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2012년 제2회 거리갤러리 미술제가 열린 중구 동광동 일대 골목의 벽화와 조형물은 현재 대부분 색이 바랬거나 훼손돼 있다. 골목 어귀에 설치된 붉은 하트 모양의 '종이컵 전화기'에는 욕설과 낙서가 적혀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일부에는 쓰레기가 버려져 있는 등 10여 개의 작품 대부분이 본래 이미지가 퇴색된 채 방치돼 있다. 이쯤 되면 벽화가 피어난 화사한 골목길은 옛이야기일 뿐이다.

시민과 관광객의 사랑을 받는 골목길 미술품을 무단 훼손하는 일부 시민의 행태를 이해하기 힘들다. 문화 시민 의식을 아쉬워하지 않을 수 없다. 구청의 관리 책임도 면하기 어렵다. 골목 입구의 작품 안내판이 너덜너덜해진 채로 방치되고 있는 게 그 증거이다. 칙칙한 골목길을 화사하게 꾸미는 중구의 거리갤러리 사업은 권장되어야 마땅하다. 다만, 많은 예산을 들여 만든 골목길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다면 안 하는 게 낫다. 골목의 생명은 문화다. 벽화나 미술품을 단장하는 환경개선사업도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사람이 중심이 되는 골목 문화 형성이다. 골목이라는 공간에서 함께 어울리며, 이웃과 정을 나누며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남녀노소의 문화가 공존하는 지속가능한 골목 문화 재생사업이 필요하다.

신동현·용수초 교사


# 어린이 사설 쓰기

19세기 중엽 스코틀랜드에 멋진 성과 사냥터를 보유한 한 부자가 친구를 초청했습니다. 친구들이 하나둘 모여들었고 성대한 만찬이 이어졌습니다. 그 날 저녁 분위기에 취한 한 친구가 소다수 병을 열다가 그만 실수로 새로 칠한 벽과 천장에 소다수가 모두 튀어 버렸습니다. 화가 난 주인은 버럭 소리를 질렀고 분위기가 썰렁해지자 모두 제각기 방으로 흩어졌습니다.

소다수는 보기 싫은 누런 반점을 남기고 말았습니다. 사건의 장본인은 얼굴을 제대로 들고 다니지 못했습니다. 친구들은 모두 서둘러 성을 떠났지만 단 한 사람만이 집주인인 친구에게 양해를 구하고 그 성에 남았습니다. 그는 한동안 보기 싫은 벽의 얼룩들을 쳐다보더니 우선 크레용으로, 그다음에는 목탄으로. 나중에는 유화 물감을 가지고 흉한 얼룩을 하나씩 고지에 솟아있는 멋진 바위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그러고 나서는 그 바위에 물거품을 튀기고 있는 냇물을 그렸고 가장 심한 얼룩이 있는 곳에는 달리는 수사슴을 그려 넣었습니다. 얼룩이 멋진 그림으로 변한 것을 보고 만족스러운 미소를 띤 주인에게 그는 넌지시 말했습니다. "지금쯤 그 친구는 매우 상심하고 있을 걸세."

집주인은 다시 파티를 열어 친구를 초대했습니다. 얼룩을 냈던 친구와 화해했습니다. 그림을 그려 둘의 화해를 도운 그 사람은 영국의 유명한 동물화가 애드윈 헨리 랜지어 경이었습니다. 랜지어 경의 재주보다도 불편한 관계에 있는 두 친구를 위해 수고로움을 아끼지 않은 마음 씀씀이가 멋있습니다. 이 이야기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무엇일까요? 자기 경험과 연관 지어 생각해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