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 노동자를 지원하는 '부산 만원의 연대' 회원들이 5일 한자리에 모여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서순용 선임기자 seosy@kookje.co.kr

- 6개월간 매월 50만~100만 원 지급
- 2년 만에 정기 기부자 430여 명
- 기부자 1000명 달성 올해 목표

"해고 기간 빚만 1억2000만 원. 월 100만 원은 마지막 동아줄이었다."(쌍용자동차 부산사업소 해고자·윤모·45)

"50만 원의 생계비 지원이 없었다면 벌써 다른 직장을 구했을 거다."(생탁 해고자·김종환·55)

신년을 맞은 윤 씨와 김 씨는 기대감에 부풀었다. 그토록 바랐던 복직의 꿈이 현실로 성큼 다가선 까닭이다. 250일이 넘는 생탁 해고자의 부산시청 광고탑 고공농성이 노사정 협의체를 꾸려 교섭하는 조건으로 끝났고, 6년간 끌었던 쌍용자동차 노사 분쟁도 최근 내년 전원 복직 합의안을 도출하면서 막을 내렸다.

'부산 만원의 연대'는 이들을 절망의 수렁에서 꺼냈다. 윤 씨는 "동료 28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세상을 등졌다. 나도 모든 걸 포기하고 싶었지만, 만원연대가 구조의 손길을 보냈다"고 말했다. 김 씨도 "복직하면 지원금을 몇 배로 갚겠다"며 고마워했다.

2013년 4월 결성된 만원연대는 매월 1만 원을 정기 모금해 해고자에게 생계비를 지원하는 단체다. 이 당시 한진중공업과 쌍용차 등 전국 노사분규 현장에서 해고가 잇달아 생활고에 허덕이던 해고자가 극단적 선택을 자주 했다.

단체 결성을 제안한 민주노총 김진숙 지도위원은 2011년 희망버스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85호 크레인 농성을 응원하며 전국의 수많은 사람이 해고자 지원을 위해 성금을 선뜻 내놨다.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사회적 기금을 조성하면 해고자의 정기 지원이 가능해 보였다. 교수노조 부울경지부장이던 김석준 부산시교육감과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 김종민 공동대표 등 지역 학계·시민사회단체 대표 등 20명이 함께했다.

초기 50명에 불과했던 정기 기부자가 최근 430명 수준으로 불었다. 대다수가 1만 원을 자동이체하지만, 10만 원을 내놓는 이도 몇몇 있다. 변호사와 의사 등 전문직 종사자보다 주부와 대학생 등 일반인이 더 많다.

지원 대상자로 선정된 해고자에게는 6개월간 매월 50만~100만 원의 생계비를 지급한다. 지난해 12월 15일 이뤄진 32회차 지원에서는 윤 씨를 비롯해 부산 출신 쌍용차 해고자 두 명에게 100만 원씩, 생탁 해고자 6명 등에 50만 원씩을 전달했다. 여태껏 낙동강관리본부 계약직 직원과 보육교사, 버스·택시기사 등 다양한 직종의 해고자 20여 명에게 모두 1억2850만 원을 보냈다.

현재 지원 대상자 상당수가 복직했다. 만원연대는 모든 생계를 포기하고 복직을 위해 싸우는 해고자를 최우선으로 지원한다. 실무위원 7명은 두 달에 한 번 회의를 열어 지원자와 지원액을 정한다. 천연옥 실무위원은 "정기 기부자를 1000명으로 확대하는 것이 올해 목표"라며 "이 정도가 되면 상근자 한 명을 채용해 만원연대를 더 체계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지도위원은 "만원연대가 필요 없는 날이 빨리 와야 한다"고 강조했다.